[파이낸셜뉴스] 토요일인 23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온 종일 극명하게 갈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대낮에는 이른바 '태극기 물결'로 현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해가 진 이후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와 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이날 양측 시민들 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낮에는 '태극기 물결'
이날 정오께부터 태극기를 든 시민들은 삼삼오오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이 개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을 메운 시민들은 '문재인 퇴진', '자주 통일', '공수처 폐지', '박근혜 대통령 석방'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문재인을 체포하라", "태극기로 뭉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손에 든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됐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문 대통령은)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대한민국 해체를 시도했다"며 "그러나 광장에 모여 강력하게 저항하자 결국 조국이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도 연단에 올랐다.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괴물"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반드시 북한 정권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연단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에 대해 욕설을 하며 집회 참석자들에게 따라 외칠 것을 종용하는 장면도 나왔다. 조 대표는 "문재인의 머리는 김정은이니 그를 깨부숴야 한다"며 '김정은의 개○○들을 타도하자', '너 죽고 나 살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자고 말했다.
■밤에는 '촛불 문화제'
땅거미가 내린 오후 6시 들어서는 '광화문촛불연대'가 광화문 광장 남측 세월호 기억광장 앞에서 '적폐 청산·세월호참사 전면 재수사·책임자 처벌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고 엄정한 세월호 참사 재수사와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책임자 처벌', '검찰 개혁 적폐 청산' 등의 피켓을 들고 "책임자 처벌하라", "적폐청산 이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를 대표해 연단에 오른 고(故) 장준형 군 부친 장훈씨는 "책임자를 처벌해야만 실질적인 세월호 진상규명이 될 것"이라며 "두 눈 부릅뜨고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는지, 어떤 책임자를 기소하는지 지켜보자"고 호소했다.
광화문촛불연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이날은 촛불연대 결성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집회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이날 "낮에 나타났던 사람들에게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이 자리에 같이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그들을 이용하는 극우 정치인, 사이비 종교인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선 범투본의 정부 규탄 시위가 오후 5시께 마무리되고, 대부분의 인파가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면서 양측 시민들 간의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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