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한국, 로봇산업 성장 위해 국제표준 제정 작업 나서야" [미래 로봇 리더를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6:58

수정 2019.11.24 16:58

곽관웅 세종대 교수
日, 웨어러블 로봇 표준작업 주도
2000억 들여 실증센터도 운영중
한국도 장기적인 정부 투자 나서야
"한국, 로봇산업 성장 위해 국제표준 제정 작업 나서야" [미래 로봇 리더를 만나다]
"표준화를 규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수록 표준이나 안전을 따지는 척도가 엄격해요. 그냥 넘기면 해외 시장 진입단계에서 국내 개발업체들이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곽관웅 세종대학교 교수(사진)가 로봇산업 표준 제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곽 교수가 로봇산업에서 가장 신경쓰는 분야는 크게 2가지다. 서비스로봇 등 후발 로봇산업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 작업에 선제 대응하고, 국내 업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표준 만들기를 이끌수록 국내 업계에도 유익한 점이 많다.
국내기술 기반의 표준이 제정되면 국내업체들이 해외 시장의 첫 관문인 인증에 대응하는 것이 수월해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웨어러블 로봇 표준안 ISO에 제안

로봇 국제표준은 초기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판가름 짓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국가간 물밑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다. ISO TC 299 워킹그룹4에서 다루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이란 사람이 옷처럼 입거나 몸에 붙여 능력을 키워주는 장비다. 무거운 짐을 들 때 팔이나 다리, 허리 힘을 더해줄 수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군사용으로도 연구중이다. SF영화에 자주 나오는 '외골격 슈트(exoskeleton suit)'도 웨어러블 로봇이다.

이 분야는 일본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웨어러블 로봇 국제 표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른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한 국가가 주도해 국제표준을 만들 경우, 자국 특허와 밀접한 내용을 표준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주도적으로 표준을 만든 국가가 시장에서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현재 일본이 웨어러블 로봇 표준을 만드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웨어러블 로봇 분야는 향후 국내에서도 성장동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최근엔 국내업체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 표준 시험안을 만들어 ISO에 제안했고, 전세계 ISO 참여 회원들이 일본과 한국의 표준안을 함께 들여다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로봇 표준 지침서도 만들어

곽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서비스로봇 표준을 만드는 작업에 공들여왔다. 현재는 대표적 국제 표준 제정기구인 ISO의 서비스로봇 안전분과에서 한국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로봇의 성능평가와 안전성 등의 기준을 담당하는 분야다.

그는 "2014년에 ISO 워킹그룹2에 참여해 서비스로봇 안전에 대한 국제 표준을 만들어 공표했다"면서 "배경지식이 없는 업체가 국제표준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용지침(application guide) 문서를 만드는 프로젝트 그룹 리더로 참여해 2018년에 알기 쉬운 지침서도 발간했다"고 말했다.

■"표준 주도해야 해외 시장도 열려"

곽 교수는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로봇 안전 기준이나 납품의 기반이 되는 실증센터 운용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약 2000억원을 들여 서비스로봇 안전실증센터를 만들어 운영중이다. 일본 정부는 실증센터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고 표준제정 준비작업이나 안전인증을 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토록 돕는다.

그는 "민간기업이 표준제정이나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면서 "짧게는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마련한 인프라가 지속가능하게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로봇안전실증센터를 통한 안전인증을 준비 중이지만, 핵심 기술과 관련 시스템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고, 이에 세종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경희대학교, 한국로봇산업협회가 협력하여 로봇안전실증센터 구축을 위한 보완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정부 안목도 장기적으로 키워야"

국내 로봇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공장에서 제조를 돕는 협동로봇 등 일부 카테고리를 제외하고는 아직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로봇 등 신규 산업분야는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뛰어들어 속도를 붙이기 어렵다. 곽 교수는 산업을 골고루 키우려면 정부도 호흡을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국내 로봇산업이 성장하려면 생태계에서 자발적으로 컨버전스(융합)이 일어나도록 정부가 도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인기 사업에만 지원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산업이나 수행과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