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6·미래에셋)이 극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했다. 김세영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3개에 버디 5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찰리 헐(영국)의 집요한 추격을 1타차로 뿌리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나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로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째를 달성한 김세영은 LPGA투어 사상 최다인 150만달러(약 17억67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손에 넣었다. 한국 선수가 LPGA투어서 통산 10승을 기록한 것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네 번째다. 또한 한국 군단의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합작 타이인 15승째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에 LPGA투어에 진출한 김세영은 데뷔 첫 해에 3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매년 1승 이상씩을 거뒀다. 하지만 상금 순위 1위인 고진영(24·하이트)이 23위 이하 순위로 밀려야만 가능했던 역전 시나리오는 아쉽게도 완성하지 못했다. 고진영이 1타를 줄여 공동 11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대회를 마쳤기 때문이다.
비록 상금왕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275만3099달러(약 32억40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여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상금 순위 2위로 2019년을 마무리했다. 또한 통산 상금 866만6676달러(약 102억원)를 누적시켜 LPGA투어 통산 상금 800만달러를 돌파한 31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김세영은 10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낙승이 예고됐다. 하지만 이후 아이언샷과 퍼트감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추격자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던 넬리 코르다(미국)가 후반 들어 경쟁에서 밀린 사이 재미동포 다니엘 강(26)과 찰리 헐(영국)의 막판 추격이 거셌다.
특히 2016년 대회 우승자 헐의 추격이 위협적이었다. 16번(파3)~18번홀(파4)까지 3개홀 연속 버디 등 후반에만 5타를 줄인 헐은 공동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 김세영의 두 번째샷이 홀 왼쪽 7m 지점에 떨어지면서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김세영은 김세영이었다.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어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극적 우승'을 완성했다.
김세영은 "넬리와 우승 경쟁하는 줄 알고 마지막홀에서는 파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헐이 공동 선두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시즌 시작할 때 3승이 목표였는데 그것을 이뤄 매우 기쁘다. 더욱 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코르다와 다니엘 강이 공동 3위(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5위(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 렉시 톰프슨과 제시카 코르다(이상 미국)가 공동 6위(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29·메디힐)이 공동 9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 고진영은 올해의 신인 이정은(23)과 함께 공동 11위(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수상에 이어 상금왕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성공한 것은 고진영이 최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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