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 민심, 시위대 손들어줬다… 시진핑 '일국양제' 구상 타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5 17:39

수정 2019.11.25 17:39

범민주, 최초 과반 의석 확보
역대 최고 71.2% 투표율 기록
범민주 진영, 의석 85% 이상 독식
친중파 참패로 시위대 동력 확보
홍콩 범민주 지지자들이 25일 새벽 친중 성향 의원인 허쥔야오의 낙선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허 의원은 지난 7월 홍콩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키운 위엔룽 전철역 집단폭행 사건 후 조직폭력배로 추정되는 청년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AP뉴시스
홍콩 범민주 지지자들이 25일 새벽 친중 성향 의원인 허쥔야오의 낙선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하고 있다. 허 의원은 지난 7월 홍콩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키운 위엔룽 전철역 집단폭행 사건 후 조직폭력배로 추정되는 청년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AP뉴시스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홍콩 범민주 진영이 24일 실시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사상 최초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선거혁명'을 이뤘다.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의 강도 높은 물리적 제압에 위축됐던 홍콩 시위가 이번 선거 압승으로 되살아날 전망이다. 폭도로 낙인 찍혔던 홍콩 민주시위대가 합법적 선거절차를 통해 압승을 거두면서 중국 정부의 향후 대응도 곤혹스러워졌다.

25일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날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가운데 낮 12시(현지시간) 현재 개표 결과 전체 의석의 85.2%에 달하는 385석을 독식했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58석(12.8%)에 그쳐 사실상 완패했다.
특히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으로 꼽히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출마자 대부분이 낙선하는 충격을 받았다.

이로써 범민주 진영은 웡타이신, 췬완, 완차이, 중시구, 난구 등 홍콩 내 18개 구를 대부분 지배하면서 홍콩의 풀뿌리 의회 권력이 완전 뒤바뀌게 됐다.

범민주 진영의 압승은 현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홍콩 시민들의 의지와 젊은 유권자층의 적극적인 선거참여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투표자 수는 총 294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가장 많은 220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최종 투표율도 71.2%로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의 47.0%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젊은층의 투표 열기가 주목된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18∼35세 젊은층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함에 따라 향후 홍콩 사태도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먼저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대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홍콩 시위대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시위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차기 행정장관 선거 구도에도 이번 구의원 선거 압승이 주요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대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범민주 진영이 117명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다만 친중파 후보가 선출될 수밖에 없는 현행 행정장관 선거구조 탓에 친중 성향의 행정장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범민주 진영에 일격을 당한 중국 정부의 홍콩 길들이기도 고심에 빠졌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5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압승한 데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범민주 진영의 승리가 압도적 승리를 통해 민의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밀어붙였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동력도 떨어졌다는 관측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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