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롯데의 올 겨울 행보를 지켜보면 흥미롭다. 롯데가 파죽지세 속전속결로 행군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반면 KIA는 정중동 암중모색 단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KIA는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새 화두를 던진 후 묵언수행 중이다.
거인은 ‘마누라 빼고 다 바꿀’ 각오로 밭을 갈아엎고 있다. 내야를 흔들고 안방을 수혈했다. 호랑이는 가을 사냥 결과에 만족한 듯 둥지에 웅크린 채 꿈쩍 않고 있다. 겨울 지나 봄이 오면 두 팀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여름 뙤약볕을 감당한 후 가을을 맞으면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될까.
롯데의 올 겨울은 놀람의 연속이다. 성민규 단장(37) 선임부터 롯데는 이변을 예고했다. 야구기자들에게 마저 익숙지 않은 이름이었다. 무명 감독 대세 시대가 됐지만 단장은 여전히 스타출신들의 전유물이다. 그런데 성민규 단장은 1군 경험조차 없다.
롯데는 허문회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메이저리그 출신 얘기를 쏠쏠 흘린 것은 연막이었나. 이어서 한화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문제점이던 포수 자리 응급 수술에 나섰다. 일류는 아니지만 썩 괜찮은 지성준을 데려왔다. 투수 장시환을 잃었지만 출혈 없는 수혈은 없다.
트레이드 단행 하루 만에 외국인 선수 둘을 영입했다. 애드리안 샘슨과 딕슨 마차도다. 외국인 타자의 필수 요건인 한 방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택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마차도는 화려한 타자는 분명 아니다. 대신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볼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신본기를 2루로 돌리면 내야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롯데는 그 사이 18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롯데 그룹은 원래 사람을 잘 내치지 않는다. 모든 일이 전광석화다. 윤길현, 김문호, 박근홍, 김사훈 등등 맹장들이 잘려나갔다. 내부 FA 전준우, 손승락, 고효준에 대해서도 전처럼 끌려 다니지 않는다.
우리가 알던 그 롯데가 맞나 싶다. 지난 5년간 롯데가 FA 시장에 뿌린 돈만 500억 원이다. 팀 연봉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롯데는 올 겨울 외부 FA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고 있다. 달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KIA의 새 사령탑으론 국내 지도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외국인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를 지냈다. 외국인 감독이라면 롯데 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조계현 KIA 단장(55)은 어느 모로 보나 토종 가운데 토종. 맷 윌리엄스 신임 KIA 감독은 메이저리그서도 한가락 했던 인물이다. 선수 시절도 화려했고, ‘올 해의 감독’을 수상했을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최고(?)의 감독을 모셔온 KIA는 이후 수면 모드다. 더 왕성하게 움직일 것 같았던 호랑이는 웬걸 겨울잠에 빠져 있다. 새 감독이 왔으니 새 코칭스태프는 당연한 움직임. 이후엔 2차 드래프트에서 변진수를 데려온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여느 하위권 팀들과 달리 달랑 한 명이었다.
롯데는 스타 단장이라는 대세를 거슬렀다. 대신 무명 감독 유행은 따랐다. KIA는 무명 감독이라는 최신 흐름을 역행했다. 어느 장단이 맞을까. 이제 겨우 겨울의 초입인데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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