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이 공연] 이자람의 판소리에 푹 빠지다...'노인과 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7 20:17

수정 2019.11.27 20:17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이 공연] 이자람의 판소리에 푹 빠지다...'노인과 바다'

창작판소리극 노인과 바다에서 이자람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fnDB
창작판소리극 노인과 바다에서 이자람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소리꾼 이자람의 무대를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는 게 분명하다.

이자람이 헤밍웨이의 동명 소설을 직접 각색·작창해 5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가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회차 전석 매진됐는데, 그녀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시대의 재주꾼’ 이자람이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노인과 바다’는 소리꾼 이자람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무대는 심플하다. 병풍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소리꾼 이자람이 한손에 부채를 들고 섰고, 오른편에는 고수 이준형이 앉았다.
고수의 장단에 소리꾼의 성대가 울리자, 다양한 풍경이 기다렸다는 듯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에는 자연을 풍경삼아 소리 한 자락하는 그 옛날 소리꾼과 고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 쿠바의 작은 어촌 풍경이 그려졌고 이내 드넓은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그렇게 소리의 힘은 강했다. 이자람은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감동과 웃음을 안겨줬다.

특히 이자람이 무대에서 “나는 천생 어부”라고 노래할 때 그 소리가 마치 “나는 천생 소리꾼”이라는 말처럼 들려 순간 뭉클했다. 이자람의 소리와 몸짓을 나침판 삼아 자신의 몸무게보다 몇 배 더 나가는 청새치와 밤새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마음을 태우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돼, 묘하게 위로가 됐다.

웃음 지뢰도 곳곳에서 터졌다. ‘외국 이름 나오면 걱정부터 하는 나 같은 사람 있을까 싶어 말씀 드리자면, 안토니오 씨, 디에고 씨, 알랑 씨 이름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으니 걱정마시고’라는 내용부터, ‘회는 와사비에 간장을 곁들이는 게 최고인데 그 옛날 쿠바의 작은 어촌에 와사비가 있을 리 만무했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이자람의 시각으로 되새김질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쓴 가사와 대사에는 유머와 재치가 넘쳤다.

그는 공연 도중 이야기꾼도 소리꾼도 아닌, 창작자 이자람의 모습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말도 건넸다. 원작 소설에서 노인이 즐겨 먹는다는 스프의 맛이 궁금해 양손프로젝트의 박지혜 연출과 함께 이태원을 누볐다는 비화가 그랬다.


이자람 덕분에 판소리는 더 이상 ‘전통 안에 갇힌 판소리가 아닌 오늘날 살아 있고 움직이고 진행형인 판소리’가 돼 지금 이 순간, 관객과 호흡했다.

이준형 고수는 이자람의 소리에 적절히 흥과 가락을 더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고, 여신동의 시노그래퍼는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그녀의 재능에 집중하게 했다.
이자람 그녀는, 멋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