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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하다 연극판에 풍덩...살아있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30 08:00

수정 2019.11.30 08:00

[인터뷰]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배우 손상규
"고시공부하다 연극판에 풍덩...살아있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주역 손상규(우란문화재단 제공) /사진=fnDB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주역 손상규(우란문화재단 제공)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고시공부를 하던 중 친구 초대로 연극을 보러갔어요. 나와 같이 법학을 전공하다 연극영화과에 다시 입학한 친구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자문했죠. 내가 저렇게 살아 숨 쉰 적이 언제지?”

프랑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모노극으로 풀어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오는 12월 13~21일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한국 초연된다. 장기이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 배우 윤나무와 더블캐스팅된 손상규는 우연히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법대생 시절을 떠올렸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물리적인 생과 사를 다룬다기보다 사람마다 다른, 어떤 살아있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본이 아주 따뜻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냉정하지도 않았죠. 장기이식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삶이 모두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손상규는 이번 연극에서 19세 청년의 심장이 50세 여성의 몸에 이식되는 하루 동안,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남겨진 가족,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장기 이식 수혜자 등 각각의 인물과 그들을 관통하는 서술자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그는 지난 2017년 배우 손숙·이호재·예수정·하성광과 함께 1인 즉흥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 무대에 오른바 있다. 당시 즉흥극이 ‘퍼포먼스’에 가까웠다면, 이번 모노극은 세심하게 준비할게 많아 배로 힘들다.

그는 “많은 연습량에 의지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 역할도 해야 해 까다롭다”고 부연했다. 분장이나 의상의 도움 없이 여성 역할을 한다고 밝힌 그는 “전형적인 여성성이 아닌, 소리나 태도를 통해 각 인물의 개성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 목소리가 굵은 편이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그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요. 모든 캐릭터에 마음이 갑니다.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는 아무래도 뇌사 판정 받은 청년의 어머니입니다.”

손상규는 2011년부터 연극판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멤버다. 팀의 일원으로 공동 창작을 즐기며 때로는 온전히 배우로서 무대에 서왔다. “한동안 양손프로젝트 작품만 했는데, 4명의 멤버가 1년에 300일을 만나니까, 이젠 다른 공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팀 작업할 때는 배역 욕심이 안나요. 하지만 팀과 상관없는 외부 작품을 고를 때는 내가 관심 가는 주제인지, 하고 싶은 역할인지 살피고, 또 연기에 주력합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민새롬 연출에 대한 관심과 우란문화재단에 대한 호기심이 한몫했다.
"민새롬 연출은 나처럼 연극이 의미 있는 행위라고 믿는 사람 같았죠. 우란문화재단은 경제 논리와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을 올려 거침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손상규는 “연극을 통해 삶을 공부한다”고 했다. “연극은 시에 가깝죠. 연극은 어떤 사람의 인생이나 삶의 순간을 한정된 시공간에 펼쳐 보이는 기적을 만들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꾸준히 해오기 때문일까.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물리적 나이보다 젊어 보였다.
특히 흑백 사진 속 유난히 까만 큰 눈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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