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지난해 12월 3일부터 1년동안 141개 기관이 가입해 2031명이 사용했으며 총 작업건수는 150만건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140개 기관중에는 대학이 65곳, 산업체가 51곳, 연구소 20곳, 정부 4곳에 달하며 25억787만3605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신청해 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계·화학공학·재료·화학·물리 등 소재와 관련된 분야의 연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온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를 살펴보면 기능성 촉매, 수소 생성 백금나노선 촉매, 인공광합성 소재, 저분자 화합물 신뢰도 향상 연구, 난류 열전달 모델 개발, 중성자 산란 실험 예측, 신약개발 등 다양하다.
세포와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경우, 일반 PC로는 30만년이 걸릴 계산을 누리온을 활용했을 경우에는 단 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용도 거친입자 모델을 사용한 원형의 세포막과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연구할 수 있다. 과거 슈퍼컴퓨터 4호기였던 타키온을 사용했을 때에는 이런 연구가 불가능하다. 계산 시간만 38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급의 우주론적 수치모의 실험은 일반 PC를 이용해 계산했을때 걸리는 시간은 30만년 이상 걸리며 타키온으로 계산했을 경우 현재 사용중인 수치모형이 2000개 이상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38년이 걸린다. 하지만 누리온으로 계산했을 경우에는 3개월이면 가능하다. 우주의 크기 척도가 지금의 5분의 1까지 진화하도록 계산이 가능해 원시 우주의 은하, 은하단의 형성 과정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매년 계산과학을 통해 나오는 연구논문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초기 이론과 실험을 통한 연구에서 실험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서포트하기 위해 계산과학을 보조도구로 쓰다가 계산과학이 실험보다 앞서서 이제는 실험을 리드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 이후 데이터 시대로 접어들면서 계산된 데이터를 활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졌다.
누리온의 도입으로 지금까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주제의 연구들을 해 낼 수 있다는 희망에 여러 연구자들의 누리온 활용 지원 신청이 쏟아졌었다. 지난해 12월 누리온 서비스를 앞두고 신청 접수를 한 결과 141건의 과제 선정에서 총 229건을 신청했다.
서울대학교 한승우 교수 연구진은 '누리온'을 활용해 P형 반도체 소재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 1만7700개의 물질을 대상으로 여러 단계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두 개의 후보물질을 P형 반도체용 최적의 소재로 선택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7월 재료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케미스트리 오브 머티어리얼즈'에 개재됐다.
UNIST 이상영·곽상규 교수 연구진은 새로운 리튬금속전지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또한 누리온을 이용한 열역학적, 동역학적 계산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에 리튬이 갇히는 원리를 규명해, 물속에서도 안전하게 리튬을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 리튬금속전지의 안정성을 높였다.
한편, 누리온은 올 하반기 슈퍼컴퓨팅 콘퍼런스(SC2019)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TOP500에서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누리온은 연산 속도가 25.7페타플롭스(PF)에 이르고 계산노드는 8437개다. 1페타플롭스(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며 70억명이 42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2010년에 도입했던 슈퍼컴퓨터 4호기 '타키온'은 324테라플롭스(TF)의 연산처리 성능을 갖췄었다. 1테라플롭스(TF)는 1초에 1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타키온은 누리온의 도입으로 해체돼 다른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옮겨졌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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