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미·중 통상갈등을 지켜보며 한국은 국제통상환경의 변화를 현명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미·중 통상갈등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수출과 수입은 지난 12개월간 연속으로 줄어들었고, 11월 수출도 전년 대비 14.3%나 감소하였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대한국 수입이 늘어난 반사이익을 주장하기도 하고, 지난달 20일에 발간된 IMF 보고서에서도 오히려 미·중 통상갈등 봉합이 한국 수출을 460억 달러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떻든 한국은 통상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상수지가 불확실한 상황에 무기력하게 노출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제통상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부 차세대 통상학자들은 국제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으로 해외투자 활성화를 주장한다. 경상수지 중 통상환경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 상품 및 서비스 수지와 달리 해외투자에 따른 배당이나 이자를 나타내는 소득수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1980~90년대 대표적인 상품무역 흑자국이었던 일본은 2011년 이후 상품수지가 종종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과거 집중되었던 해외투자에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소득수지 흑자를 활용하여 경상수지를 안정적인 흑자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도 확대된 상품과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을 그 8배에 달하는 소득수지 흑자로 말끔히 덮었다. 이는 마치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열심히 일한 개미가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는 것과 같다.
일부에서 해외투자 활성화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한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국내경제환경의 문제이지 해외투자를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해외투자를 억제하게 되면, 국내의 과도한 유동성이 엉뚱하게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필요한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현재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은 과거 한·미 FTA 추진 시에는 모든 의제를 한꺼번에 타결시키는 일괄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해외투자의 안정성을 담보해 주는 투자 협상을 상대적으로 쉬운 상품협상 이후에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터키 FTA 협상에서 투자협정은 상품협상이 발효된 지 5년 후에 발효되었고, 한·중국 FTA에서도 상품 협정이 발효된 지 4년이 지나감에도 투자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투자 협상을 상품협상에 앞서 진행하기 힘들다면 최소한 일괄타결방식이라도 고수해야 한다.
이미 대부분의 주요 교역 상대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상태에서 '실질 타결'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양적 성과를 과시하는 일은 이제는 필요하지 않다. FTA의 타결이라는 성과에만 신경 쓰다가 보면, 정작 미래의 안정적인 통상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투자협정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이는 다가올 추운 겨울을 생각하지 못하고 햇살 좋은 여름날을 즐기는 베짱이와 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쪼록 우화는 어린이를 위한 교훈으로만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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