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中 "3년내 외국산 컴퓨터·SW 퇴출" 엄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50

수정 2019.12.09 17:50

올초 공공기관 대상 비밀리 지시
美제재로 국산화 압박 더 커진듯
업계선 "실현가능성 희박" 반응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외국산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를 3년안에 퇴출시킬 예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 측에서는 자국 기술로 해외 의존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업계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현지 보안업체 2곳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올해 초에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지시는 올해 초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17년 통과된 사이버보안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당 법에는 정부 기관과 핵심 사회기반시설에서 "안전하고 통제가능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 금융사인 중국증권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중국내 2000만~3000만대의 컴퓨터 장비가 교체될 예정이라고 관측했다. 교체는 각각 내년에 전체 30%, 2021년 50%, 2022년 20%씩 이뤄질 것으로 추정되며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3·5·2" 정책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 연구원은 국산화 압박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미국의 제재 때문에 더욱 급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3·5·2 정책은 중국이 꺼낸 새로운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며 "목표는 매우 분명한데 지금 ZTE나 화웨이, 메그비, 수곤같은 기업들이 처한 위협을 피할만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화웨이와 ZTE가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하는 등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공공기관 거래를 금지했으며 화웨이의 경우 지난 5월에 미국 민간기업과 거래마저 막았다. 미국은 6월에 슈퍼컴퓨터 업체 수곤 역시 수출 통제기업 명단에 올렸고, 지난달에는 안면기술 관련 업체인 메그비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인권 침해에 협조했다고 보고 거래 금지 명단에 추가했다.

FT는 이번 지시가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른 중국의 답변이자 토종 기술을 키우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로 국제 공급사슬면에서 중국이 미국과 다른 길을 간다는 우려가 커진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다. 중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의 운영체제(OS)를 대신할 국산 OS를 찾아야 하나 화웨이에서 독자 개발한 '기린 OS'의 경우 미국산에 비해 호환성이 크게 미흡하다. 중국측은 일단 하드웨어에서 레노버같은 중국기업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레노버 컴퓨터의 핵심 부품은 사실상 미국이나 한국산이다.

이번 조치가 어느 정도 파장을 가져올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미 IT 기업들은 해마다 중국에서 약 1500억달러(약 178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으나 대부분이 민간 영역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단 3·5·2 정책 자체가 민간 조달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에 그 여파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보안 전문가는 FT를 통해 "시장에서는 민간에도 비슷한 지시가 나올 때 우선 지켜볼 것"이라며 "기업들이 그간 투자한 부분이 많아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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