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 반란' 당일날 쿠데타 주역인 하나회 멤버들과 함께 서울 강남에 위치한 고급 중식당에 방문해 1인당 20만원 상당에 달하는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상의 이유로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불출석 중인 데다, 추징금 환수 조치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 정정한 모습으로 한 달여 만에 3번이나 고급식당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3일 전씨 측에 따르면 이 같은 논란에 "12일 있었던 오찬 모임은 친목 모임일 뿐"이라며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선 "현재의 정신건강 상태로는 정상적인, 의미 있는 진술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날(12일) 밝혔다.
또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거실로 자리를 옮기면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한다"며 "오랜 세월 생활화된 습관화된 행동은 차질없이 수행한다"고 현재 전씨의 건강상태를 강조했다.
하지만 전씨 측의 설명대로라면 식당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하기 어려운 전씨가 새로 오픈한 식당을 정확히 기억하고 한 달여 동안 3번이나 찾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울러 "알츠하이머 환자는 낯선 사람, 경험하지 않은 환경, 익숙하지 않은 행동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해명도 새로 오픈한 식당을 연이어 찾은 행동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해당 중식당은 10월 말 가오픈한 뒤 11월11일 정식으로 오픈했다.
또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에 따르면 전씨는 전날 10명이 모인 오찬에서 80% 가까이 대화를 주도했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뉴스1>이 만난 주변 건물 관계자도 "전씨가 식당을 찾을때마다 전혀 불편함 없이 정정해 보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통해 전씨가 앞서 2차례 이 식당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기도 했다.
전씨 측은 추징금 환수 조치와 관련해선 "최근 골프장 논란과 관련해서 추징금 환수에 응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추징금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못 내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12일 진행된 모임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친분을 이어온 분들이 1년에 두세번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식사에 초대하는 모임"이라며 "식사 비용은 초청한 분들이 돌아가며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씨가 한 달여 동안 3번이나 찾은 이 중식당 메뉴 최소 가격은 10만원짜리 점심 세트였다. 점심 세트가 아닌 일반 코스의 경우 20만~4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날 열린 모임처럼 10명이 참석해 20만원 상당의 코스를 시켰다면 한번 방문할 때마다 최소 2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돈이 없어 추징금을 못 내겠다"고 전씨가 버티는 상황에서 한번 방문에 수백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식당에 한 달여간 3번이나 방문한 점도 수긍이 어려운 점이다.
전씨 측은 "오는 16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자 명예훼손 사건 공판에 출석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난 11월7일에도 전씨가 강원 홍천군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재판 불출석에 대한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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