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김정현 기자 = "장관은 안 해도 KT 회장은 한다."
정치권이나 관가 유력인사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흘러나오는 얘기다. KT 회장 임기만료 시한이 되면 "KT 회장 하겠다고 줄 선 사람들이 여의도를 한 바퀴 돌고도 남는다"는 말도 유명하다. 이 때문인지 유독 KT CEO는 '낙하산 논란'이나 '외압설'도 잦았다. 경제계 인사나 IT전문가는 물론 정관계 인사까지 KT 회장직에 이토록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KT 수장 자리가 매출 20조를 넘나드는 규모에 6만여명의 조직과 인사권을 거느리는 막강한 권력을 쥐면서도 견제는 거의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노리는 사람이 많다고 보고 있다. 결정적으로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전문경영인(CEO)도 벌벌 떨 수밖에 없는 '오너'가 KT엔 없다. 대신 '외압'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재직기간 누리는 권력은 막강하다.
실제 KT는 지난 2018년 기준 자산규모 33조원, 매출 2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는 43개에 달하며 본사 임직원만 2만3000여명이고, 계열사 직원을 포함하면 6만1000명이 넘는다. 국내 최대 규모의 ICT 기업이 바로 KT이기 때문에 민영 기업이면서도 정책이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런 '통신공룡' KT의 경영권은 전적으로 KT 회장의 손에 달려 있다. 현재 KT 주요주주는 Δ국민연금관리공단(12.19%) ΔNTT도코모(5.46%) Δ소액주주(48.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주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 비정상적 경영을 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권리를 보다 강하게 행사하고 경영권에도 개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고 있지만, KT 경영에 대해선 별다르게 개입한 적이 없다.
이사회의 입김도 강하지 않다. 지난해 3월 추혜선 의원(정의당)과 참여연대가 주최한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제2노조인 KT새노조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9월말까지 진행된 40번의 이사회에 상정된 152건의 안건은 100% 가결됐다. KT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 역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견제 기능이 크지 않다. 본사 직원의 60% 이상이 가입된 제1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KT노동조합'은 회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제2노조와 새노조 등이 별도로 활동하며 견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KT 그룹의 임원 수백여명과 직원 6만여명의 인사권, 수조원대의 통신·미디어 사업 결정권 모두 KT 회장 1명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관련된 협력사 및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포함하면 KT 회장의 권한은 더 막강하다.
KT 회장은 보수도 대기업 수준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13년에 퇴직금을 포함해 29억7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황창규 회장은 부임 이후 20억원 안팎의 보수를 꾸준히 받다가 지난 2018년 아현지사 화재 등으로 성과보수가 다소 삭감되면서 14억원 수준으로 보수가 줄었다. 지난해 국내 시가총액 30위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보수는 29억7700만원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가 예산 수조원을 운용하고 정책과 규제를 이행하는 부처 장관직이라 하더라도 명예가 높을 뿐 오히려 국회의 치열한 감시와 언론의 견제를 받게 된다"면서 "특히 장관후보로 지명돼 청문회를 받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신상'이 털리다보니 청문회가 없으면서도 장관급 의전을 받는 KT 회장직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민영화된 지 17년이 넘었지만 '주인없는 회사'라는 특성탓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리며 KT 회장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KT는 지난 12일 KT가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9인을 압축했고 이중 8인의 명단까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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