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김상훈 기자 = 최근 일본차 업체들이 지난 9월에 바뀐 세 자릿수 번호판이 아닌 두 자릿수 번호판을 등록해줘 꼼수 영업 논란이 일고 있다. 바뀐 번호판 시스템에 따라 새 번호판을 단 일본차의 경우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매했다는 표식으로 인식돼 일본차 구매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번호판을 기존 체계로 바꿔 단 것이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실제 차량의 번호판 규격과 다른 번호판을 부착한 건 고시 위반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본차 제조사측은 딜러사 개별 영업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꼼수 영업 논란에 잠시 사그라들었던 일본차 불매 움직임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자동차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일부 일본차 브랜드들은 최근 일본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세 자릿수 번호판이 아닌 두 자릿수 번호판을 등록할 수 있게 영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월부터 새로 등록한 차량의 번호판은 기존 '2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 등 7자리 번호 체계에서 '3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의 8자리 번호 체계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9월 이후 신차를 구매할 경우 8자리 번호판을 달아야 함에도 일본차 업체들은 기존 7자리 번호판을 달도록 영업한 것이다.
새 차의 번호판을 받기 위해선 자동차업체가 발급하는 '자동차 제작증'을 지자체에 제출한다. 이 때 차량의 '번호판 규격'과 달리 '긴 번호판' 크기가 아닌 '짧은 번호판' 규격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두 자릿수 '짧은 번호판'을 받은 뒤 자동차검사소에서 두 자릿수 번호에 크기만 '긴 번호판'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두 자릿수 번호판을 받은 일본차들은 15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부터 8자리 번호체계로 바뀌었지만 예외사항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기존 '짧은 번호판'은 두 자릿수 번호가 적용된다"며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긴 번호판을 달게 설계가 돼 있음에도 짧은 번호판으로 허위 발급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영업방식은 일본 불매운동 기간 중 일본차를 산 구매자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새 번호판이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매했다는 표식으로 인식돼 일본차 구매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 번호판 제도가 적용될 당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 목격담과 함께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입했다는 취지의 비난 글들이 다수 올라온 바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을 고시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번호판 신청을 받는 지자체에 차량 규격을 직접 확인하도록 공문을 보내고, 일본차 제작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도 제작증에 허위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또 문제가 되는 차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차 업체들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딜러사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해당 사안 관련 처벌규정 또한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꼼수 영업이 드러난 한 일본차 업체측도 "해당 사실을 몰랐다"며 "향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차 업체들은 연말로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할인 판매 속에 최근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AIDA에 따르면, 11월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등 일본계 5개 브랜드 판매량은 2357대로 전달 대비 19.2% 증가했다.
일각에선 꼼수 영업 논란에 잠시 사그라들었던 일본차 불매 움직임이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꼼수 영업이 드러남에 따라 일본차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불매 여파를 의식하지 않고 필요에 의해 사려고 했던 구매자들의 구매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매 이후 판매량이 소폭 늘어난 이면에 이 같은 꼼수 영업 방식이 뒷받침됐다고 생각하면 기존보다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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