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뉴스1) 박진규 기자 = 바둑기사 이세돌을 배출한 전남 신안군의 '100억대 황금바둑판' 제작이 백지화됐다.
'한국바둑의 메카'라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황금바둑판을 군 상징물로 만들려고 했지만 '혈세낭비'라는 따가운 시선에 포기한 것이다.
24일 신안군에 따르면 군 재정 형편에 비해 과도한 조형물 제작이라는 지적을 받은 황금바둑판 관련 예산을 내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군은 신안군 비금면 출신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을 널리 알리고 '바둑 메카'로서 신안군을 홍보하기 위해 올 초부터 황금바둑판 제작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신안군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바둑판 제작에 필요한 황금 189㎏의 매입을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100억8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할 방침이었다. 이 돈으로 해마다 33억6000만원 어치의 황금을 구입하기로 했다.
189㎏은 가로 42㎝, 세로 45㎝, 두께 5㎝ 크기의 바둑판 규격에 맞게 만들 때 필요한 금의 무게다.
황금바둑판이 제작되면 신안군청 수장고에 보관하다가 각종 바둑대회가 열릴 때 행사장에 전시하고, 모형도 만들어 신안군 비금면에 위치한 이세돌 바둑기념관에 비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 수준인 신안군(2019년 재정자립도 8.5%)이 세금으로 황금바둑판을 제작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지난 10월 진행된 전남도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광주 광산을)도 신안군의 황금바둑판 제작에 대해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군은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황금바둑판 제작을 백지화했다.
군 관계자는 "황금바둑판은 신안이 낳은 세계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을 기념하고 대외적으로 신안군을 바둑메카로 알리려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추진했다"면서 "하지만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논의 끝에 제작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불세출의 바둑기사인 이세돌을 기념하고 '바둑 고장'이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상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지난 21일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이세돌 은퇴 대국장에서도 이세돌의 고향인 비금면 주민들은 '우리도 황금바둑판을 만들어 신안을 알리고 싶습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황금바둑판 제작을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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