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후 강남권 전세값 억대 상승, 현금 부자 오히려 유리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들이 15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취급한 대출은 고작 은행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중 각 3~5% 수준이다. 올해 11월까지 주요 시중은행 5곳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약 30조95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5억 초과 주택 구매자들이 빌린 금액은 1조55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초고가 주택의 대출을 봉쇄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사실상 강남의 경우 대출 없이 현금으로 주택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이 강남 문턱을 넘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현금 부자들이 또다시 강남 부동산을 주워 담을 기회가 열렸다는 지적이다.
이춘란 오비스트 본부장은 "대출 규제로 인한 시장 분위기를 무시하기는 힘들겠지만 전세를 끼고 사는 게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입주하는 것보다 낫다"면서 "현금이 있는 사람들은 매물이 나오면 이번 규제를 기회 삼아 적극 매입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은 상승하고 있는 전세가율을 이용해 '갭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최근 불안 조짐을 보이면서 전셋값 상승 기류가 쎄지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대출·세금 문턱이 높아졌고 시장을 관망하려는 전세 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8% 올랐다. 이는 전주(0.14%)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이면서 주간 기준으로 2015년 11월 23일 조사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강남구의 경우 최근 전세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전셋값이 0.51%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형 전세 매물은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7일 9억8000만원 신고가에 전세계약됐다. 이미 최근에는 10억원 이상의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소는 "강남구 전체 전세가율이 48% 수준이지만 이미 인기 단지들은 55%를 넘어 60%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전세가율이 65%를 넘어서는 순간 현금 부자들이 '매의 눈'으로 바로 보고 있다가 매물만 나오면 '매의 발톱'으로 순식간에 채 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역시 "그라시움의 경우 로얄층의 매매가가 15억~16억원대고 전셋값은 6억원대라 갭이 10억 정도"라면서 "하지만 헬리오시티는 매매가가 18억~18억5000만원대인데 전셋값이 9억5000만원대라 8억5000만~9억원이면 갭투자로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지금과 같은 대출규제 상황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경우 전세를 이용해 집을 사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나라의 전세제도는 과거 금융권 이용이 어려웠을 때 민간에서의 금융 역할을 일부분 담당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금융기관과 전세 중 어느 쪽을 이용할 것인가의 선택 문제일 뿐 갭 투자가 완전히 봉쇄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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