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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잭팟에 거부권 옵션까지… 류현진·김광현의 영리한 선택[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5 18:36

수정 2019.12.25 18:36

RYU,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
내년이면 한국나이 34살
트레이드 거부권으로 주도권 잡아
김광현,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달러
선발 보장보다 마이너 강등 거부권
메이저리그 적응에 올인할 수 있어
연봉 잭팟에 거부권 옵션까지… 류현진·김광현의 영리한 선택[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류현진. 사진=뉴스1
류현진. 사진=뉴스1
김광현. AP뉴시스
김광현. AP뉴시스
잠시 딴 세상 얘기를 하려 한다. 워싱턴 내셔널스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당시 28)는 3년 전 7년 1억 7500만 달러(약 2030억 원)에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3년 후 자신이 원하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이른바 옵트아웃(opt-out) 조항이다.

올 해 스트라스버그는 18승 6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그는 월드시리즈서 MVP로 선정될 만큼 맹활약했다.
그에게는 4년 1억 달러라는 계약조건이 남아 있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젖는 법. 스트라스버그는 1억 달러를 포기하고 옵트아웃을 실행했다. 어느 구단으로나 갈 수 있는 자유인의 몸이 된 것.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 구단의 은행 잔고에서 앞으로 7년간 2억 4500만 달러를 계속 인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게릿 콜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콜은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 24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성사시켰다.

보라스는 콜의 계약에도 슬쩍 딴지 조항을 내걸었다. 5년 후엔 옵트아웃으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조항을 밀어 넣었다. 스트라스버그의 계약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학습효과다. 구단도 가만있지 않았다. 콜이 옵트아웃을 신청하면 1년 연장 조건으로 묶어 둘 수 있다. 대신 3600만 달러를 10년 째 연봉으로 지불해야 한다.

변형된 바이아웃(buy-out)인 셈이다. 바이아웃은 옵트아웃과 반대 개념이다. 옵트아웃이 선수의 권한이라면 바이아웃은 구단의 선택이다. 에릭 테임즈(33)는 NC 다이노스에서 3년간 활약한 친근한 선수다. 테임즈는 2015년 타율 3할8푼1리, 47개 홈런으로 KBO리그 MVP를 차지했다. 2016년에도 0.343 37개 홈런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테임즈는 2016년 11월 3+1년 최대 2450만 달러 조건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했다.

3+1의 의미는 3년 후 구단이 바이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테임즈는 3년간 타율 2할4푼1리, 홈런 72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0.247 25개 홈런. 하지만 밀워키 구단은 내년도 테임즈에게 줄 750만 달러 연봉 대신 100만 달러 바이아웃을 선택했다. 즉 100만 달러를 테임즈에게 넘겨주고 그를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650만 달러를 절약하겠다는 뜻.

류현진(32)은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라는 조건에 합의했다. 류현진은 25일 메디컬테스트를 거쳐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출국했다. 류현진의 계약 내용에는 바이아웃이나 옵트아웃 조항이 없다. 대신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함시켰다. 내년이면 만 33살이 되는 류현진이 옵트아웃을 행사할 리는 없다. 구단 측은 3+1 즉 바이아웃을 원했을 것이다. 1년이면 평균 연봉으로만 따져도 20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는 깨끗했다. 대신 계약 기간 중 트레이드 거부 조항을 넣었다. 본인의 동의 없인 다른 구단으로 보낼 수 없다. 선수가 주도권을 쥔 계약이다.

그보다 5일 전 김광현(31)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80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인센티브 조항이 붙어 있으나 더 중요한 대목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환경에 적응 못해도 마이너리그로 내려 갈 일은 없다. 최소 400만 달러의 연봉은 보장된다.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일거양득인 영리한 선택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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