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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의 등번호 99번과 웨인 그레츠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0 14:38

수정 2019.12.30 14:38


류현진이 자신의 등번호가 적힌 아기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현진이 자신의 등번호가 적힌 아기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온타리오주 브랜트포드는 인구 9만 명의 작은 도시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와 미국 버펄로의 중간 쯤 위치해 있다. 1968년 이 도시에 ‘팀 홀튼’이라는 식당이 오픈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도넛과 커피 전문점에 가깝다.


개업식에 한 소년이 부모와 함께 참석했다. ‘팀 홀튼’은 당시 최고 인기 아이스하키 스타였다. 7살 소년은 냅킨에 그의 사인을 받았다. 이 만남은 아이스하키 사상 최고의 명선수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푹 빠졌고, 전설적인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가 됐다.

7살 소년의 이름은 웨인 그레츠키. 1999년 은퇴하기 전까지 그는 61개의 NHL 신기록을 세웠다. 40개는 정규리그, 15개는 플레이오프, 6개는 올스타전 신기록이었다. 웨인 그레츠키는 1988년 8월 에드먼턴 오일러스에서 LA 킹스로 이적했다.

지난 28일(한국시간) 토론토에 새 둥지를 튼 류현진(22)의 입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캐나다가 백넘버 99번을 LA로 임대해 주었는데, 이번엔 LA가 99번을 캐나다로 돌려보내 주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99번은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다. 그레츠키가 은퇴하자 NHL은 99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남겼다. 북미 스포츠에서 전 구단 영구결번 선수는 재키 로빈슨과 그레츠키 단 두 명뿐이다.

로빈슨은 1947년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 인물. 50년 후인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로빈슨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마이너리그 선수로 활약했다.

웨인 그레츠키와 재키 로빈슨 둘 다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선수 생활을 한 셈이다. 그레츠키가 이적하기 전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은 아이스하키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레츠키 이후 애너하임 덕스, 산호세 새크스 등 두개 팀이 늘어났다.

거꾸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아이스하키(캐나다에선 통산 하키로 불림)다. 미 프로농구(NBA)리그에 속한 토론토 랩터스에 대한 애정도 만만치 않다. 랩터스는 2018-2019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4승 2패로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99번은 신성한 번호다. NHL에선 아무도 이 번호를 달 수 없고, 다른 종목에서도 차마 사용하지 못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99번을 사용하게 한 것은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서다.

블루제이스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 캐빈 비지오(24) 보 비세트(21) 등 20대 초반 유망주들이 있다. 이들 3인방이 유격수와 3루수, 2루수등 내야 주 포지션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트리오는 2,3년 내 토론토를 A급 팀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블루제이스는 그 중심에 류현진이 서길 원하고 있다.

그레츠키가 더운 LA 지역을 아이스하키의 새로운 메카로 바꾸어놓은 것처럼 류현진이 추운 토론토를 ‘야구의 도시’로 변모시키길 희망한다.
등번호 99번에는 그런 소망이 담겨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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