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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캉 사회’ 문턱에 선 중국… ‘성장률 6%’ 지키기 올인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1 16:30

수정 2020.01.01 16:30

2020 글로벌 리포트 : 중국 + 일본
중진국·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패착
1단계 협상 타결로 일단 ‘탈출’ 모양새
새해 경제성장률 ‘6.0%’로 상향 조정
후속 협상 대기… 혼돈·불확실성 여전
구조적 현안에 관세전쟁 재연 가능성
기업 부채 누적 심각한 ‘뇌관’ 지적도
‘샤오캉 사회’ 문턱에 선 중국… ‘성장률 6%’ 지키기 올인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새해 중국 경제는 침체냐, 도약이냐.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식주 걱정이 없는 비교적 풍족한 '샤오캉'(小康) 사회'를 만드는 해라는 점에서 각별한 시점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성장둔화라는 양대 파고를 넘어 샤오캉 사회 달성을 위한 정책적 묘수가 절실하다. 세계 최대 제조국이자 소비시장인 중국 경제의 명운은 글로벌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동돼 있다. 다행히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극적으로 이뤄내면서 최소한 새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비상 시나리오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중국 내 부채 누적과 미국과의 지난한 후속 무역협상이 대기하고 있어 2020년 역시 혼돈과 불확실성의 연속선상에 있다.

■ 중국 2020년 전열 재정비

지난해 중국의 대외정책은 미국과의 강대강 무역전쟁 탓에 두가지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패착의 연속이었다. '중진국 함정'과 '투키디데스 함정'이 대표적이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 순조롭게 경제성장을 구가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둔화·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중국의 성장침체가 우려되면서 이 같은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정치체제를 꼽는다. 중앙집권주의로 경제성장을 도모해왔지만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덩샤오핑 정권 당시 '연성화된 권위주의' 대신 경직된 권위주의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의 절대권력과 1당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성장을 꾀했지만 상향식 혁신이 매몰되면서 성장침체를 맞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의 불가피한 전쟁을 뜻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사실상 세계를 제패하려는 패권경쟁으로 읽히고 있다. 기존 강대국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경우 막대한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 게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두 가지 함정은 중국이 미국과의 결전을 선택하면서 예고됐던 재앙이다.

그러나 2020년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과 1단계 무역협상 타결에 힘을 쏟으면서 두 가지 함정에서 탈출하려는 모양새다.

■ 6% 성장기대 속 곳곳 살얼음

1단계 무역협상이 우려되는 시점까지 중국의 올해 전망은 대체적으로 5% 후반대였다. 6% 사수가 절실한 중국으로선 협상 타결이 절실했다. 중국이 샤오캉 사회를 위해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5.8% 이상 성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강경한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태도를 바꾼 배경이다. 서방 기관들이 5%대를 전망할 때도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6% 좌우'가 될 것으로 높게 잡았다.

미·중 간 1단계 무역협상 타결로 중국 경제의 올해 전망도 비관론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7%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피치는 미·중 1단계 합의로 "25%까지 오를 예정이던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가 16% 정도로 내려앉게 됐다"며 "이는 미국의 제재관세 전면 발동을 추정했던 것과는 상황이 현저하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8%로 전망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미·중 협상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6%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단기 봉합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에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시나리오는 대략 3가지로 거론된다. 중국의 대외환경과 자국 내 제도의 조합 여부에 따라 최악의 경우 5.8%가 예상된다. 중국이 적절히 잘 대응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가동될 경우 6.1%가 예측된다. 이에 불확실성을 놓고 볼 때 6.0% 선에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미·중 2단계 무역협상부터 구조적인 핵심 현안을 다루면서 관세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중국 내 고질적인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것도 중대 과제다. 당장 제조기업들의 이윤 증가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고정자산투자 역시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성이 악화되고 이윤은 떨어지는 업종들이 활력을 찾는 게 중국 경제안정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간 갭이 벌어지고 있는 점도 중국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PPI 하락이 지속될 경우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읽힌다. 그런데 돼지고기 값 폭등으로 CPI는 대폭 오르고 있다. 수출확대와 생산동력을 키우는 동시에 물가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와 기업의 부채는 심각한 뇌관으로 지적된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의 부채는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이를 매우 위험한 '단층선'(fault line)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드러나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라는 의미다.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피치 역시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2020년 중국의 회사채 부도(디폴트)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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