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를 받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동양사태란 2013년 9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동양증권이 판매해 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이다.
■"경영 전혀 모른다" 의혹 부인
앞서 동양사태 피해자 64명은 지난해 7월 이 전 부회장에 대해 "동양그룹의 자금상황 및 구조조정의 구체적 진행상황에 대해 잘 알고 깊이 관여했다"며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함께 동양사태의 공범이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3일 진행된 피고소인 조사에서 "회사 경영에는 관여 안했고, 회사의 회계라든지 돈 문제와 관련된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면서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에 대해서도 "디자인 실무를 맡아 진행했을 뿐,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2013년 6월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만났던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해 현 전 회장은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막기 위해 최 원장에게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 주식을 담보로 산업은행을 통한 정책금융 4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보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이 전 부회장은 남편의 부탁으로 동생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모친 이관희 전(前) 오리온재단 이사장에게 손을 벌렸으나 거절당했고 이 같은 사정을 금감원장에게 설명하고자 만났다는 얘기다.
'동양사태'로 인해 현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5년 10월 징역 7년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다. 이 전 부회장 역시 과거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기소되지 않았다.
■동양사태 경영 관여 여부 쟁점
이후 동양사태에 이 전 부회장의 책임도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회생법원 1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티와이강원(옛 동양)이 현 전 회장, 이 전 부회장을 상대로 신청한 손해배상청구권 조사확정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은 사실상의 이사로서 상환이 불가능한 동양계열사 CP 3310억원을 동양에 인수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의 부회장으로 동양의 재무상황에 대해 보고받았음은 물론 2013년 1월 그룹의 긴급 자금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동양의 업무에 관여했다"며 동양사태의 책임이 이 전 부회장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기죄로 이 전 부회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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