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산후조리원이 고열 신생아에 처치한 황당한 방법

뉴스1

입력 2020.01.13 07:00

수정 2020.01.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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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태어난 지 갓 열흘 된 신생아가 열이 나도 설탕물만 먹이는 등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산후조리원 원장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7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사망한 A양의 부모가 서울 중랑구 소재 H 산후조리원 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양의 어머니에게 1억1950만원을, 아버지에게 1억2200만원을 합계 약 2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지난 2015년 7월1일 A양의 어머니는 A양을 출산한 후 H 산후 조리원에 입소했다.

10일 뒤인 7월1일 오전 2시께 A양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으며, 당시 체온은 38도 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은 B 원장에게 이 상황을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설탕물 40cc만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4시간 뒤인 오전 6시에도 A양의 체온은 38.4도로 여전히 고열이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직원들은 B 원장에게 보고를 한 후 또 다시 설탕물 20cc만 먹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전 10시께 산후조리원 원장이 출근해 A양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외출해 버렸다. 이후 A양의 얼굴이 검게 변하고, 몸이 늘어지자 산후조리원 실장은 A양의 부모에게 병원에 데리고 가도록 했다.

A양은 서울 노원구 소재 E병원 응급실에 도착 후 연쇄구균 B군으로 인한 신생아 패혈증, 세균성 뇌수막염 등을 진단받았다. 입원 후 세차례 심정지를 겪던 A양은 결국 8월5일 세상을 떠났다.

이에 A양의 부모는 "산후조리원 측에서 신생아에 대한 감염 예방조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해 신생아 패혈증을 유발시켰다"며 "감염으로 인한 고열, 심한 보챔 등의 증상에도 8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가도록 했다"며 B 원장과 산후조리원 법인을 상대로 3억3888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Δ해당 산후조리원에서 추가로 감염된 신생아가 없는 점 Δ산후조리원 측에서 위생관리를 소홀히 한 증거가 없는 점 Δ연쇄상구균은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건강한 성인의 절반에서 발견되는 점 등을 들어 산후조리원 측에서 감염을 초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산후조리원의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은 신생아의 건강관리 등에 높은 지식을 갖추어, 이상 증세가 보이면 의사 등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B 원장은 감염증상을 보이는 A양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B형 연쇄상구균은 치사율이 약 25%에 이르며 즉각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더라도 예후가 좋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신생아 뇌막염의 경우 초기 증상이 모호하다"며 B씨의 책임을 65%로 인정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장례비, 위자료, A양의 장래 수입 등을 고려해 2억678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양의 부모와 B 원장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산후조리원 측에서 오전 10시께 병원에 가라고 한 부분과 신생아 패혈증은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발생 빈도가 1000명당 0.5~0.6명에서 일어나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50%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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