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3일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 6차 회의는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개최된다.
한미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해 9월 시작된 방위비 협상은 결국 해를 넘겼다. 한미 방위비 협상 대표가 올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6차 회의는 협정 공백 상황에서 열린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화하며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잉그러햄 앵글'에 출연해 "부자나라 한국이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에게 5억 달러를 줬다"고 주장하며 "나는 한국을 상대로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 병사 3만2000명을 한국에 두고 있다. 당신들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훈련, 장비 구입, 수송,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 제공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부분이 SMA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Δ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Δ군사건설 Δ군수지원 이외에 항목 추가는 여전히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동맹 기여'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성호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 부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외통위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와 관련해 "그러한 동맹 기여들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충분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비롯해, 미군기지 4곳의 오염정화 비용 1100억원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것도 방위비 증액 압박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미 양측 모두 "중요한 의제는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내용 발표 시기 등을 고려할 때 방위비 협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총액에서 미국은 이번 협상 시 한국에 최초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50억달러(약 5조8065억원) 수준의 요구에선 일단 물러선 것으로 전해진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금협상대표는 지난달 5차 회의를 마친 뒤 외교부 기자단과 만나 "(50억달러는) 오늘 협상에서 우리가 요구한 수치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의 제시액은 전년 대비 약 4~8% 증가한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했다. 이성호 부대표는 국회에서 "숫자를 구체적으로 확인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저희가 소폭 인상을 제안한 건 맞다"고 밝혀 외신에서 언급된 수치가 실제 제시액과 큰 차이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지난 7일 밤 방송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6차 회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도 9일 비공개 브리핑에서 그간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밝혔다.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4월 총선과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고려하면 양측이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인내를 갖고 미측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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