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이후 1300여년 만에 등장한 중화권 여성 최고지도자가 2016년 대만 총통이 된 차이잉원이다. 총통(總統)은 중화민국의 국가원수를 일컫는다. 대통령의 중국어 번역 명칭이 총통이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만 최고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영국 유학을 거친 엘리트다.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10년간 법학교수를 지냈고, 2000년 천수이볜 총통 시절 정치에 입문한 뒤 선거 때마다 민주진보당에 승리를 안겨준 '선거의 여왕'. 합리적이면서 진보적인 캐릭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난국을 돌파했다. 하지만 시련도 왔다. 총통 취임 후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상황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선 대참패를 겪었다. 차기 총통 출마도 힘겨워 보였다. 그랬던 그가 11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은 817만표(57.1%)를 얻어 2위 국민당 한궈위(552만표, 38.6%)를 크게 압도했다.
그의 역전극은 지난해 여름 이후 홍콩을 강타한 반중국 열기의 힘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중국'으로 묶이고 싶지 않은 대만 젊은이들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친 차이 총통에게 몰표를 던졌다. 차이 총통의 당선 직후 첫 일성도 이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는 중국을 향해 "어떤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양안 관계가 첨예한 긴장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는 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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