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물리고 있는 관세를 철폐할 뜻을 내비치고, 지난 주말에는 중국과 반기 포괄적경제대화(CED)도 재개하기로 한데 이어, 이번에는 양국간 갈등의 주된 원천 가운데 하나인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방침을 정하는 등 유화 분위기로 전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를 비롯해 아직 미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양국간 화해 분위기는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가 조만간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보도했다.
15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하는 것을 앞둔 유화 제스처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지난 반년간 상징적인 역할만 해오기는 했지만 미중 협상 과정에서 주된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해왔다.
대신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고,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도 세부 내용을 더 많이 공개한다는 조건에 합의할 전망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통상 반년마다 내던 환율조작국 명단 발표 시기를 갑작스레 크게 앞당겨 지난해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었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이 중국 제품에 매긴 관세가 위안 평가절하로 인해 중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위안은 미국과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달러에 대해 하락하기 시작했고, 중국이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지는 이른바 '포치(破七·달러당 위안 환율 7위안 돌파)'까지 빚어진 바 있다. 중국 당국은 당시 정해진 환율 마지노선은 없다며 포치를 용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데 따른 자본이탈을 우려해 위안 추락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처들을 동원했다.
위안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야 다시 반등했고, 최근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상승흐름 다지기에 들어섰다.
위안은 중국의 시장개입으로 가치가 추락했다가 다시 반등한 것이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으로 가치가 급락했다가, 무역합의가 중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으로 다시 값이 뛰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전격적인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이때문에 법이 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중재 역할마저 건너뛰어야 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면 재무부는 IMF에 중재를 요청해야 하지만 IMF는 중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절차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환율조작국 지정의 실익 역시 없었다. 재무부가 법에 따라 협의를 거쳐 중국에 관세를 물리도록 돼 있지만 중국 제품에는 이미 큰 폭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그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처에 불과했음을 의미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는 15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앞두고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11일 반기 CED 재개 소식을 흘린데 이어 이번에는 환율조작국 지정 해제 방침을 알리는 등 잇단 유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내무부가 중국산 드론 사용중단을 결정하는 등 안보에서는 선을 긋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안보에서는 대립하지만 경제에서는 협력도 추구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정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은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철회와 기존에 매겨졌던 일부 관세 후퇴, 그리고 환율조작국 지정해제를 대가로 미 농산물 400억달러어치 이상을 비롯해 에너지와 서비스, 공산품 등 2000억달러어치 이상 구매와 금융시장 추가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약속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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