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시 감독보다 선수로 선거 올인 불가피, 당 구원투수 역할 난망
[파이낸셜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5일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복귀 신고식을 했다.
집권 여당의 유력한 차기 잠룡이면서 당장은 석 달 앞둔 4·15 총선에서 이 전 총리의 역할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상황이다. 그의 당 복귀는 2014년 7월 전남도지사 당선으로 당적을 떠난 뒤 6년 만이다.
그는 이날 당 지도부 아침 회의에 인사차 참석해 "감개무량하다"며 "매사 당과 상의하면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해나가겠다"며 몸을 크게 낮췄다.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환영 꽃다발은 이해찬 대표가 직접, 이 전 총리에게 건넸다.
이해찬 대표는 "당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느낌"이라며 "총리를 지낸 분을 당 상임고문으로 모시게 됐는데 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하면 핵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을 두고는 국회의원(4선)· 도지사 ·총리·잠룡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비교적 탄탄대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총선을 전후한 시즌은 그에게 쉽지 않은 과제도 주어질 전망이다.
총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선거 이후 잠룡으로 당에 착근하는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다.
당초 그의 역할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받거나 혹은 총선 출마 없이 전국을 돌려 '잠룡 이낙연' 이름 석 자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방안이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소장파를 중심으로 현재 이해찬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이낙연 등판론'이 대안으로 나온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종로에 출마하면 전국 선거 지휘보다는 우선 선수로 자신의 지역구 당선에 집중해야만 한다.
대진표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황교안 자유한국당과 빅매치도 치러야만 한다.
그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어떤 책임을 줄지 관심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리 출신 잠룡의 딜레마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총리로 대통령과 소통해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미래 리더십 부각을 위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비주류 딱지도 떼어야 하는데, 당내 손학규계로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가까운 인사로는 이개호 의원이 꼽힌다.
또 여권의 시선이 잠룡 지지율 1위인 그를 늘 대안이 아닌 보완제로 바라본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그간 김경수 경남지사 → 임종석 전 비서실장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여권의 관심이 옮겨온 점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다른 후보가 없을 경우의 보완제 역할보다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이낙연이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실한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 거듭나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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