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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맥스 사태로 수주 급감… 에어버스는 반사이익 톡톡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5 17:44

수정 2020.01.15 17:44

추락 참사 후 운항정지로 타격
작년 380대 인도 14년만에 최저
신규 주문도 246대에 불과
에어버스, 사상최대 인도 기록
미국 항공기 업체 보잉이 지난해 737맥스 후유증으로 심각한 실적 저하를 기록했다. 항공기 인도는 전년비 반토막 나면서 14년만에 최저로 추락했고, 신규 주문은 1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지난 20년간 전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보잉과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는 보잉 추락의 반사이익까지 더해져 지난해 인도대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이날 공개한 실적에서 지난해 737맥스8 추락 사고에 따른 전세계 운항정지 여파가 항공기 인도와 신규 주문에 심각한 충격을 줬음을 시인했다.

2018년 806대를 인도하며 사상 최대 인도대수를 기록했던 보잉은 지난해 인도 규모가 전년비 반토막에도 못미치는 380대로 추락했다. 군용으로 개조한 민간항공기 인도대수까지 포함된 규모다. 14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신규 주문 실적은 더 참담하다.


지난해 보잉이 수주한 신규 주문은 246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주문 취소, 모델 변경 등이 더해지기 전 수준이다. 2003년 이후 16년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737맥스 추락사고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명암도 갈라놓고 있다.

미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해왔지만 737맥스 추락 사고와, 이후 부실대응, 또 청문회 등을 통해 알려진 보잉 내부의 심각한 부실 등이 겹쳐 보잉의 신뢰도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세계 항공여객 시장 하락에 따른 추가 충격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항공사 파산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적으로 400대가 넘는 항공기들이 남아도는 상황이었던 터라 보잉은 물론이고 에어버스마저 주문 취소 급증에 맞닥뜨려야 했다.

남아돌던 항공기는 대부분 운항중지된 737맥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 기종으로 투입됐지만 항공사 성장둔화, 신흥국 항공사간 경쟁격화와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이 주문 취소로 이어졌다.

다만 보잉의 충격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개선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잉의 항공기 인도대수는 35대로 3월 737 맥스 운항중지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만한 신뢰를 주지는 못했지만 보잉의 할인과, 내부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항공사들의 기대감이 겹쳐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보잉의 유럽 경쟁사 에어버스는 지난해 사상최대 인도대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월 새 지휘봉을 잡은 쥴리아메 파우리 최고경영자(CEO)의 기대에는 못미치는 실적이었다.

파우리는 보잉 737맥스 경쟁 기종인 자사의 에어버스 A320 생산을 10% 늘어난 월 70대 가까이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생산능력 한계로 인해 생산확대를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A320은 현재 2024년 인도분까지 매진된 상태로 지금 주문하면 2025년 이후에나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보잉이 심각한 수주 감소로 고전하고는 있지만 당장 걱정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 맥스 운항재개 시기 불확실성, 이에따른 기존 주문 취소 위험 등이 있기는 하지만 선주문 물량이 아직은 약 4500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맥스 운항중지 사태가 장기화하지만 않으면 일시적인 소강을 딛고 보잉이 다시 날개짓을 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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