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2분' 놓고 파국 직전 멈춰 선 지하철 노사 갈등, 불씨로 남아

뉴스1

입력 2020.01.21 08:21

수정 2020.01.21 09:08

2019년 12월6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까치산행 2호선 신정지선 열차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승하차하고 있다. 2019.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19년 12월6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까치산행 2호선 신정지선 열차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승하차하고 있다. 2019.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서울 지하철이 멈춰서기 직전 노사 갈등이 봉합됐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어 계속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쟁점이 된 승무시간 연장을 두고 사측은 '평균 12분' 연장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최대 2시간이 늘어난다며 업무부담을 호소, 향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1일 오전 4시10분 "공사의 승무원 운전시간 원상회복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열차운전 업무지시 거부를 유보하고 현장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오후 공사가 브리핑을 통해 승무시간 연장조치를 원상복귀한다고 밝힌지 약 12시간 만이다. 노조는 사측이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이날 오전 첫차부터 모든 승무원이 열차 탑승을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갈등은 지난해 11월18일 공사가 평균 승무시간을 기존 4시간30분에서 4시간42분으로 늘리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불거졌다. 이 12분을 놓고 노사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였다.

사측은 승무분야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행상 4시간30분으로 유지했던 승무시간을 취업규칙에 명시된 4시간42분으로 12분 늘렸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휴일 대체근무를 줄이고 비상 시 필요한 인력을 차질 없이 충당해 과도한 초과근무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노조는 '평균'의 함정을 지적하며 업무부담을 호소한다. 기관사라는 업무 특성상 한번 열차에 오르면 정해진 구간을 끝까지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승무시간을 12분 늘리면 실제로는 1~2시간씩 더 운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고질적인 초과근무수당 문제도 있다.

공사는 "전체 직원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정당하게 배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번 조치의 또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초과근무수당은 약 129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95.9%인 약 125억원이 승무분야에 지급됐다. 총액임금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승무분야에 지나치게 초과근무수당이 집중돼 다른 직군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또 일부 기관사들이 임금을 늘리기 위해 휴일근무 및 대체근무에 몰두하는 행태도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반면 노조는 초과근무수당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승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규정대로 조를 짜 열차에 오르더라도 인력이 부족해 초과근무수당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이런 초과근무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황철우 노조 사무처장은 전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승무시간 조정을 '구조조정'이라고 본다"며 "전임 김태호 사장은 SNS를 통해 승무시간 조정이 106명의 운영인력을 줄인 효과라고 홍보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공사는 통합 4주년이 되는 내년 5월 이전까지 노조와 추가 교섭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2017년 양 공사 통합 당시 2021년 5월까지 인원교류, 임금체계 등을 단일화한다는 합의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안전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은 20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통합 4년이 되면 인사교류 등 모든 것이 합쳐져서 일원화된다"며 "(그때까지) 협조하고 대화하면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