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30년 동안 명절 때 고향에 가 본 적이 없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의 김병군 부역장에게 이번 설 계획을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가족들과 함께 할 명절 생각에 들뜬 시민들이 많지만,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게는 이번 설도 '빨간 날 근무'를 하는 날일 뿐이다.
2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예년 명절 때와 같이 평소 일요일 및 공휴일과 비교해 약 90% 정도의 인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공사 직원은 크게 사무직과 승무(기관사), 차량(정비), 기술, 역무 부문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차량과 기술, 역무직원들은 1년 365일 4조2교대 근무를 유지한다.
1일 2교대로 4개조가 각각 주간, 야간, 비번, 휴무조로 나뉘어 근무하는 방식이다. 주간조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근무한 뒤 이튿날은 오후 6시에 출근해 익일 오전 9시10분까지 철야근무한 뒤 비번으로 대기하고, 4일째는 쉰다.
기관사는 미리 일정기간 출근할 날을 정해놓고 이에 따라 움직인다. 통상 한달에 16일을 근무하고 14일을 쉬는 꼴이다. 다만 야간근무 다음날은 오전 9시 정도까지 운행을 하고 퇴근을 하기 때문에 실제 쉬는 날은 이보다 적다.
이런 시간표가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돌아간다. 근무가 없는 날 휴가를 사용하되 장기간 휴가가 필요할 경우 다른 직원이 순번을 바꿔주는 식으로 사정에 맞춰 운영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명절 연휴에도 3~4일씩 휴가를 내고 고향을 찾기는 어렵다.
김 부역장은 "1년 24시간 근무체제이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따로 쉴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공사에서 30년 가량 근무했는데 명절 때 고향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시간표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양보도 많이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명절 때는 시민들이 서울을 많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일이 한가해 좀 더 많은 인원이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배차간격도 평소 일요일 및 공휴일은 5~8분이지만 명절 때는 5.5~10분으로 다소 느슨하게 운영한다.
다만 명절이기 때문에 일이 더 많아지는 직원들도 있다. 귀성·귀경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도 25일과 26일에 익일 오전 2시까지 연장운행을 하기 때문이다. 또 김 부역장이 근무하는 강변역처럼 버스터미널이 있는 역은 귀성·귀경객으로 평소보다 더 붐벼 직원들이 더 바빠진다.
김 부역장은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지만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며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됐지만 다들 고향에 가는데 근무하다보면 서글플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대중교통을 지키는 역무원으로서 최선의 서비스를 다 하려 하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간혹 짜증이 날 때도 있다"며 "시민들이 매너 있게 대해 주시면 저희도 힘이 나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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