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4박5일간 대중교통 이용해 제주 도내 곳곳 관광
출국 하루 전 약국서 해열제 구입…증상 알았나 '논란'
누웨마루 주변 상인들 "경기 침체 장기화 가장 우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어느 호텔 주변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소식과 함께 그나마 있던 중국인 관광객도 모두 귀국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돌아간 직후 감염 증상이 나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관광객이 머문 이 호텔에서는 이제 투숙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프런트에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중국인 직원 한 명만 남아 있다. 지배인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누웨마루 거리와 바로 인접한 이 호텔에는 지난달 21 중국인 여성 A(52)씨가 딸과 함께 투숙했다.이들은 4박5일간 이 곳에 머물며 다른 중국인 10명과 함께 승합차를 이용해 제주 관광지 곳곳을 둘러본 것으로 파악됐다.
당연히 신제주 한복판에 위치한 누웨마루 거리는 이들이 체류하는 동안 주 활동 무대가 됐다. 이들은 직선거리로 500m 남짓한 대형 면세점 2곳을 쇼핑하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누웨마루 거리를 활보한 확진자가 바이러스 잠복기에 거리를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불안감이 여실히 나타났다.
호텔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48·여)씨는 "이 지역은 중국인과 내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면서 "확진을 받은 중국인이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제 장사는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옷가게를 하는 양모(51·여)씨는 "전염병 뉴스가 나오면서 손님이 뚝 끊겼는데 이제 환자까지 다녀갔다고 하니 당분간은 문을 닫고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며 답답해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무사증 입국제도 일시 중단을 발표한 데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7년 넘게 이 거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46·여)씨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누웨마루 상권은 당분간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며 "빨리 감염증 공포가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중국인이 다녀간 대형 면세점 2곳은 아예 이날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이들 면세점은 매장 폐쇄 이후 추가 방역작업을 하고, 고객과 직원의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재오픈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제주점 매장은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뒤, 전문 방역을 해 왔다"며 "혹시나 있을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임시휴업하고) 추가 방역을 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중국인 확진자는 누웨마루 거리 말고도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 옛도심인 칠성통을 방문했다. 또 승합차를 이용해 성산일출봉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것으로 파악됐다.이후 버스를 이용해 한라산 1100고지를 거쳐 도두동의 해안도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이 확진자가 이동하는 동안 밀접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함께 관광한 중국인들이 다수인만큼 자체적으로 집중 관찰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확진자가 머문 호텔 내 접촉자 5명은 자가 격리 조치된 상태다. A씨의 딸은 아직 감염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A씨는 지난달 24일 제주시 연동의 약국에서 해열진통제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감염 증상을 미리 알고 있었는 지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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