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적당한 수의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하던 놀이다.
술래가 된 친구는 다른 친구들을 잡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닌다. 술래에게 잡힐 것 같은 친구는 "얼음"을 외치고, 술래가 아닌 다른 친구가 손을 대며 "땡"을 외쳐주기 전까지는 다시 움직일 수 없다.
최근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머물렀던 곳들은 예외 없이 '임시휴업' '잠정중단'을 입구에 내걸고 문을 잠갔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의심자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문을 닫는 곳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보건당국 등의 조사에서 안전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영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확진자가 머물렀다고 해서 문까지 닫는 것은 너무 과한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예방은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것이 낫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염병이라는 게 '페스트'로 대표되는 중세시대의 먼 얘기 같지만 21세기 들어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깝게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부터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전염병 공포에 몰아넣었다.
과거에 비해 의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전염병에 대한 지식 수준도 크게 높아졌지만 정작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는 정제되지 않은 채 범람하는 정보들이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에 차이가 큰 상황에서 알게 된 출처가 불분명한 새로운 정보에 대해 '진실' '거짓'을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더 큰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신종 코로나 관련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면서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가지도 않은 업체들이 마치 확진자가 다녀갔던 곳인 것처럼 올라오면서 해당 업체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업체들이 해당 지자체에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을 요청했고, 최근 경찰이 일부 가짜뉴스에 대해 내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한 지자체에서 작성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줄이겠다는 생각에서 공유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열자'의 설부편을 보면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나온다. 의심하는 마음에서 어두운 귀신이 생긴다는 의미로, 의혹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불안해진다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새로운 정보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나갈 경우 자칫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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