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을 과신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학자들이나 언론에서 경제상황에 대해 지속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실제로 경제상황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이 부정적 평가를 믿어 경제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요즘처럼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와 분석자료들이 넘쳐나는 상황에는 별로 맞지 않는다. 또한 경제활동을 몸소 체험하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정부보다 현재 경제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한 것이다. 오히려 민간 경제주체들이야말로 경제가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진심으로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전히 엄중한 경제상황에서 그들에게 정부의 낙관적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주장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잘못된 현실 인식이 만연하면 민간 경제주체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소수의 투기꾼을 단죄하기보다는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을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다수의 투기꾼으로 바꿔버린 사실에서 정책 성공의 성패가 신뢰에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즉, 신뢰할 수 없는 정부 정책은 언제든지 정상인도 괴물로 둔갑시킬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많은 국민 그리고 심지어 야당에서도 이익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대통령이 용기 있게 입시제도의 불공정을 지적하면서 주요 대학에서의 대입 정시 확대를 주장할 때 환호했다. 즉, 정부의 정책이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담는다면 국민적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가까이 남아 있지만 대선 국면을 고려하면 정책 집행이 가능한 실질적인 임기는 1년 정도 남아 있다. 지금 시점에서 국민에게 경제 회생이라는 희망보다는 온갖 반목과 갈등으로 보내버린 2019년을 돌아보면 너무나도 아쉽다. 그럼에도 앞으로 남은 1년이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지 않을 또 다른 기회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남은 기간 결국 문재인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하염없이 무너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면, 지금 정부가 차기 정부에 경제정책의 실패를 만회할 시간과 기회라도 제공할 수 있다. 모쪼록 국민을 위해 문재인정부 성공적 마무리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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