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외부충격에 취약
늑장대응보다 선제대응을
중국 상하이 증시가 3일 8%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판 블랙먼데이라 할 만하다. 춘제(설) 연휴를 마치고 이날 문을 연 상하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악재에 짓눌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뉴욕증시도 지난 주말 다우존스 등 3대 지수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는 경기의 풍향계 노릇을 한다. 한마디로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 공포로 꽁꽁 얼어붙었다.
늑장대응보다 선제대응을
3일 상하이 증시는 연휴 내내 쌓인 부담을 한꺼번에 떨어냈다. 자연 낙폭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종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들어 과민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때 중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전파 속도는 사스를 능가한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3일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사스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사스 때와 비교할 때 중국 경제의 덩치가 몰라보게 커졌다.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서 18%로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얽혀 돌아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 모멘텀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홍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상황을 한층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소규모 개방형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10여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증거다. 지금은 행여 닥칠지 모를 중국발 위기에 미리 대비해두는 게 좋다. 홍수가 덮칠 때 둑을 손질하려 하면 이미 늦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축소 또는 중단 위기에 몰렸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업종이 어디 자동차뿐이겠는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정부와 한국은행은 추경, 금리인하로 대처했다. 현 추이로 볼 때 신종 코로나는 추경·금리인하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도 선제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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