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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中 증시 블랙먼데이, 경제팀 신발끈 조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3 17:50

수정 2020.02.03 17:50

우리 경제 외부충격에 취약
늑장대응보다 선제대응을
중국 상하이 증시가 3일 8%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판 블랙먼데이라 할 만하다. 춘제(설) 연휴를 마치고 이날 문을 연 상하이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악재에 짓눌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뉴욕증시도 지난 주말 다우존스 등 3대 지수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는 경기의 풍향계 노릇을 한다. 한마디로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 공포로 꽁꽁 얼어붙었다.

3일 상하이 증시는 연휴 내내 쌓인 부담을 한꺼번에 떨어냈다.
자연 낙폭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종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례를 들어 과민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때 중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전파 속도는 사스를 능가한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3일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사스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사스 때와 비교할 때 중국 경제의 덩치가 몰라보게 커졌다.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서 18%로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얽혀 돌아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 모멘텀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홍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상황을 한층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소규모 개방형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10여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증거다. 지금은 행여 닥칠지 모를 중국발 위기에 미리 대비해두는 게 좋다. 홍수가 덮칠 때 둑을 손질하려 하면 이미 늦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축소 또는 중단 위기에 몰렸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업종이 어디 자동차뿐이겠는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정부와 한국은행은 추경, 금리인하로 대처했다.
현 추이로 볼 때 신종 코로나는 추경·금리인하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도 선제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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