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농산물 관세 철폐하되
서비스업 뺀 캐나다 방식 선호
서비스업 뺀 캐나다 방식 선호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행기간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행기간 종료 이후) EU의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것이며 협상 테이블이나 협상장 어디에도 그런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노르웨이 모델' 지양
랍 장관은 영국이 EU 규정을 따를 경우 "브렉시트의 요점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날 다른 현지 매체인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도 EU측에 자유 무역의 대가로 우리 규정을 따르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 성명에서 향후 무역관계 협상 방향을 설명하면서 EU 규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협상이 영국의 EU 규정 준수 여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EU는 브렉시트 협상 초기부터 영국이 노르웨이 모델을 따르길 기대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은 비록 EU 소속은 아니지만 1994년부터 EU와 함께 유럽경제지역(EEA)을 만들어 EU 단일 관세동맹과 무관세 무역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EU 단일 시장에서 최소한의 추가 절차만 거치면 EU 회원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동시에 비 EU 국가와 무역협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노르웨이를 비롯한 EFTA 국가들은 그 대가로 EU가 주장하는 '4대 자유(재화·서비스·인력·자본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 아울러 단일 시장 관리에 대한 EU 규정을 부분적으로 따라야 하며 현재 노르웨이가 따르는 규정은 EU 회원국 대비 45%에 이른다. 노르웨이는 보건과 안보, 환경 등에서도 EU 규정을 인정해야 하고 동시에 정식 회원국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EU에 재정 지원금을 내야 한다.
■英, 캐나다 방식 선호
브렉시트 운동은 2014년 유럽 난민사태 당시 EU에 넘어온 난민들이 영국으로 몰려가면서 시작했다. 찬성론자들은 4대 자유때문에 영국이 스스로 국경조차 못 닫는다며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한 유명세로 총리까지 오른 존슨 총리는 정치적 관점에서 절대 4대 자유를 포함한 EU 규정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캐나다 모델이다. EU와 캐나다는 2009년부터 긴 협상 끝에 2017년에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을 발효했다.
양측은 협정에 따라 공산품과 농산물 무역에서 관세를 철폐하고 투자 시장 및 정부 조달 시장의 제한을 풀기로 했다. 그러나 서비스 영역은 협정에서 분리됐고 상당수 업종들이 무역장벽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캐나다 금융업체는 EU 기업들과 달리 '패스포팅(EU 내 한 국가에서 금융 영업 허가를 받으면 EU 전지역에서 동시 적용)'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캐나다는 EU 규정을 따르거나 EU에 기여금을 내지 않는다. 비 EU 국가와 무역협정 또한 자유롭게 맺을 수 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2일 BBC를 통해 영국의 캐나다 모델 접근을 비난했다. 그는 "캐나다는 영국이 아니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유럽 대륙의 일부이며 양측은 바다와 하늘을 공유하고 경제 또한 고도로 통합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80%는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 서비스업의 비중은 2018년 기준 GDP 대비 12.5%에 달한다. 버라드커 총리는 영국이 캐나다처럼 EU와 거래하려면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며 "우리(EU)는 예를 들어 공정 경쟁이나 국가 보조 같은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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