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영화관 관객수 8년 만에 '최저'…코로나發 한파에 극장가 '꽁꽁'

뉴스1

입력 2020.02.04 05:05

수정 2020.02.04 05:05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올해 1월 극장가 관객수가 8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영화관 매출액도 2016년 이후 4년 만에 바닥을 쳤다.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수도 8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국내 확진자가 나왔던 2015년 5월보다도 관객수가 83만명(4.6%) 가까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공포가 확산한데다 실제 확진자가 극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등 명절 특수를 노린 기대작들이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코로나 포비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연휴 직후 관객수가 무려 70% 가까이 빠지면서 발길이 뚝 끊긴 상황이다.

◇1월 영화관 관객수 8년 만에 '최저'…설 직후 일일 관객 69%↓

4일 영상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1684만1103명, 매출액은 1436억5815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1월 기준 관객수는 2012년(1662만명) 이후 8년, 매출액은 2016년(1326억여원)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올해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수도 1월26일 145만5195명으로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9년간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수가 15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126만여명), 2015년(146만여명)을 포함해 이번이 3번째다.

이는 설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급습한 우한폐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극장가는 설 연휴가 낀 1월을 '극성수기'로 분류한다. 명절과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넷째 주에 기대작을 개봉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에 따라 12월 폭발적으로 늘었던 관객수는 1월 초부터 중순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서서히 오름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20일 국내 첫 우한폐렴 확진자가 나오면서 뒷심이 꺾였다. 통상 1월 넷째 주간에는 일일 극장가 관객수가 매일 적게는 50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19일 56만6000명에서 20일 19만6000명으로 하루 만에 65.4% 급감했다.

설 연휴 기간(25~27일) 일일 관객수가 10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28일 37만7800명대로 69.2% 푹 꺼지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우한폐렴 공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퍼진 시기다.

◇'메르스'보다 더 빠져나간 관객…"신종 코로나 영향 있어"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던 '메르스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비교하면 올해 극장가의 부진이 더 심각하다.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시점은 2015년 5월20일이다. 당시 5월 영화관 관객수는 1767만740명, 매출액은 1442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우한폐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은 2015년 5월보다 관객수는 4.6%, 매출액은 0.42% 더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영화 흥행 부진'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2015년 5월 개봉했거나 상영중인 영화 중에는 누적관객 300만명을 넘어선 작품이 없었다. 반면 남산의 부장은 1월22일 개봉 이후 9일 만에 누적관객 387만명을 돌파했다. 2위인 히트맨도 같은 기간 187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약진 중이다.

곽서연 영상진흥위원회 영화정책 연구원은 "1월에 설 연휴가 끼면 한국영화 '극성수기'로 보는데, 2014년과 2017년 모두 극성수기에 2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며 "2020년 1월도 극성수기로 분류되는데, 1684만명에 그친 점은 분명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곽 연구원은 "다만 다른 극성수기에는 관객 1000만 영화가 한편씩 끼어있었던 반면 올해는 1000만명을 달성한 영화가 없다"며 "영화의 흥행 부진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실적 부진 계속될까…극장가 발 돌리는 시민들

문제는 '다음'이다. 2015년 5월 메르스가 터진 직후 6월 관객수는 전월 대비 19.8% 급감한 1420만명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번에는 메르스 사태에는 없었던 '임시휴업' 변수까지 터지면서 올해 상반기 극장가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로 극장가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일 경기도의 한 영화관은 주말 저녁시간에도 한산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따끔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여유롭게 스낵을 주문하거나 현장에서 영화표를 구입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평소 주말에는 영화관 로비가 관객으로 꽉 차는데 요즘은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영화의 인기도 한몫 하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민모씨(29·여)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했다고 해서 남자친구와 보러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영화관을 다녀갔다는 뉴스를 보고 가지 않았다"며 "주변 지인들도 요즘 영화관을 잘 가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는 아직 관객수 감소 요인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겠지만, 아직은 특정 요인을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을 아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도 "관객수는 영화 흥행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매년 설에는 대작이 개봉하는데, 올해에는 평년보다 흥행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콘텐츠 흥행에 무게를 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