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법률 문구를 나름대로 이해했더니 '암호화폐 거래소에 적용할 법령이 없어 자전거래를 금지할 수 없다. 암호화페 거래소와 한국거래소는 외형상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정도로 보인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자전거래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한 목적도 있고, 나쁜 의도도 있지만, 소위 '한탕'을 노리는 일부 세력들이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써먹는 일이 잦았다. 이 세력들은 투자자들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도 독버섯 같은 존재다. 업계 전체를 사기꾼으로 보이도록 만드니 말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자전거래 기준을 포함한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만들자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정책을 제시하면 '법대로' 사업하겠다고. 그 법을 어기는 잘못된 세력을 처벌해 달라고 애원한게 벌써 3년째다. 그런데 정부는 그 얘기를 귓등으로도 안 들은 모양이다. 3년째 어떤 정책도 안 나왔으니 말이다.
이 판결을 이끌어낸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그나마 관리(?)가 되는 기업이다. 애초에 위법을 쉽게 저지를 수 없는 대상이었다. 문제는 이미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독버섯 세력들이다. 그들에게는 이번 판결이 면죄부 같은 것 아니겠는가. 정부가 정책을 만들기 전에 충분히 한탕을 할 여유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더이상 정부가 암호호폐 정책을 미적거려서는 안되는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를 근절하고,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선언한지 2년이 지났다. 그래놓고도 정작 국민들의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에는 여전히 나서지 않고 있다. 더이상 미적거리면 안된다. 당장 자전거래를 통한 암호화폐 시세조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강건너 불구경 하듯 손놓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을 보호하고, 그 안에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다듬는데 더이상 미적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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