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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도루가 주는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3:44

수정 2020.02.04 13:44


새로운 대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사진=fnDB
새로운 대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사진=fnDB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도루왕은 말렉스 스미스(27·시애틀 마리너스)였다. 그는 4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내셔널리그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3·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있다. 도루 수는 37개.

저런, 한 시즌 고작 37개로 도루왕을 차지한다? 이는 왕년의 대도 모리 윌스 이후 58년 만에 최저 숫자다. 윌스는 1961년 35개로 대도의 명성을 차지했다. 이듬 해엔 3배에 가까운 104개로 늘렸다.

진정한 대도 리키 헨더슨은 통산 140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2019년 아메리칸리그 15개 팀의 전체 도루 수(1147개)보다 많다.
헨더슨은 1982년 130개 도루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2019년 아메리칸 구단 가운데 헨더슨의 단일 시즌 도루 기록을 능가한 팀은 텍사스뿐이다. 그나마 단 한 개 앞섰다.

메이저리그의 도루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해 오직 8명의 선수가 30개 이상 도루를 성공시켰다. 10년 전엔 19명이었다. 2010년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수는 2959개. 2019년엔 2280개로 줄었다. 도루 성공률이 72.4%에서 73.2%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에 도루수가 주는 이유는 홈런 수의 증가와 스포츠 통계학의 발달에 기인한다. 지난 해 메이저리그 팀 당 홈런 수는 2018년 186개에서 226개로 늘어났다. 한 방이면 타자와 주자를 한꺼번에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데 굳이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2019년 메이저리그 팀 당 평균 도루 수는 76개. 2018년엔 81개였다. 아메리칸리그만 놓고 보면 2011년 팀 당 114개이던 도루 수는 2019년 76개로 대폭 줄었다. 내셔널리그 역시 105개에서 76개로 뚝 떨어졌다.

팀 당 평균 도루 수는 2012년까지 세 자리 수를 유지했다. 2013년 처음으로 두 자리 수로 내려 왔고, 2015년엔 70개 대로 하락했다. 그와 반비례해 홈런 수는 팀 당 144개에서 176개(아메리칸리그 기준)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국내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2018년 928개 이던 총 도루 수는 지난 해 993개로 증가했다. 홈런 수는 1756개에서 1014개로 뚝 떨어졌다. 메이저리그와 반대 현상이지만 똑같은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

기동력은 팀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야구는 한 이닝 당 세 번의 공격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힘겹게 루상에 내보낸 주자를 도루 실패로 아웃시키는 것은 너무 아깝다. 비록 메이저리그의 도루 성공률이 70%를 넘긴다고는 하지만.

지난 해 휴스턴(107승) LA 다저스(106승) 뉴욕 양키스(103승) 미네소타(101승) 등 네 팀이 100승 이상을 올렸다. 팀 당 도루 수는 다저스 11위(내셔널리그) 휴스턴 8위, 양키스 12위(이상 아메리칸리그)에 불과했다.
미네소타의 도루 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하위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리키 헨더슨이 활약했던 1980년 대 같은 대도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포수와 1루 혹은 2루 주자의 극심한 눈치 싸움을 즐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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