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부임한지 닷새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우한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부터 받은 신임장을 제정하기 전인데도 자신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싱 대사는 4일 오전 10시쯤 주한중국대사관 1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까만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회견문을 든 싱 대사는 다소 긴장한 듯한 얼굴로 단상에 섰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잠시 말을 고르던 싱 대사는 한국어로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희 대사관에 찾아오신 모든 기자분들에게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기회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중국 측의 조치를 설명해드리고자 한다"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안경을 꺼내 쓴 싱 대사는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본격적으로 읽어내려갔다. 싱 대사는 약 13분에 걸쳐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에 대해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주듯, 우리의 전염병과의 투쟁에 큰 힘을 실어줬다"며 "중국인들은 이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준비한 회견문 발표를 마친 싱 대사는 다시 안경을 벗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싱 대사는 우리 정부가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대한 의견, 과학적 조치란 무엇인지 등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싱 대사는 "한국 정부와 관련한 발표를 유예했다"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한중수교때도 실무자로 참여했고, 줄곧 양국 관계가 걸어온 과정을 지켜봐왔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2003년 사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한과 2015년 메르스 당시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방한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인들이 우리 만나면 고맙다고 하고, 완전한 이웃, 믿을 수 있는 이웃입니다라고 했습니다"라며 아직까지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싱 대사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이 사태는 불행한 일이고, 이런 문제 앞에서 우리는 운명공동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한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여러 차례 손을 들어올리며 "과학적인 것은 WHO권고를 따르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신화통신 기자가 중국어로 '한중 간 왕래가 밀접하고, 상대국에서 근무·생활하는 국민들도 많은데 양국은 어떤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싱 대사는 중국어로 대답하고, 준비된 대사관 직원이 질문과 답변을 한국어로 통역했다. 그는 "전염병 사태 이후 중한 양측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국 국민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한국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소중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 대사는 이날 서툴지만 한국어로 회견문을 발표하고, 질문 답변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싱 대사는 북한 평양과 서울의 중국대사관을 오가며 경력을 쌓아온 중국 외교부 내 대표적인 한반도통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어를 쓸 수 있다면, 언론과 접촉할 때 해당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이 선호되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외교관도 해외 공관에서 현지 언어로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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