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머니·동생 "현체제 지지"… 벼랑 끝 조원태 ‘기사회생’ [한진家 경영권 분쟁 새 국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4 17:52

수정 2020.02.04 17:52

남매 경영권 분쟁서 유리한 고지
외부세력과 지분 격차 1%P 남짓
국민연금 등 나머지 주주 설득 숙제
성공적 조직 개편에 내부서도 지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뉴시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 입장 표명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세력인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과 손잡고 경영 퇴진을 요구하면서 조원태 회장을 벼랑 끝까지 몰아부쳤지만,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조 회장에 힘을 보태면서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조 회장의 우호세력 지분까지 모두 합쳐도 외부세력과의 지분율 격차가 1%포인트 남짓인 탓에 조 회장으로선 주총까지 남은 기간 안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나머지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사주를 보유한 대한항공 내부 임직원들은 조 회장을 'W'라고 지칭하며 응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희·조현민 "현 체제 지지"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을 상정한다. 현재 연임안 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연말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을 비판하고 나선 이후 지난 1월 31일 외부세력인 KCGI, 반도건설과 연합해 조원태 회장을 퇴진시키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이들 외부세력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진칼 지분을 32.06%까지 확보했다.


이에 비해 조 회장 지분은 6.52%에 불과해 어머니와 동생의 도움이 없인 외부세력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이 고문과 동생 조 전무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 발표하면서 조 회장은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조 회장은 현재 어머니와 동생,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우호세력 델타항공(10.0%) 지분까지 총 32.45%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업무제휴를 맺은 카카오(1.0%)까지 합치면 33.45%로 외부세력에 비해 1.39%포인트 앞선다.

다만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외부세력이 확보한 지분이 현재 드러난 것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어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때문에 조 회장은 주총 전까지 국민연금 등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해 지지를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업계에선 국내 최초 최대 국적 항공사에 대한 사모펀드의 경영권 공격, 남매간 경영권 갈등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항공업이 국제 항공운송을 책임지는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정부로부터 면허를 획득해 운영될 정도로 책임성이 강하게 요구돼 경영권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감안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내부에선 "W를 응원한다"

대한항공 등 내부 여론은 조원태 회장 편이다. 박빙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이번 표 대결에서 우리사주도 조 회장에겐 보탬이 될 수 있다. 실제 대한항공 노조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등에선 조 회장을 지지하는 한진그룹 임직원들의 글이 눈에 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 회장을 'W'라고 지칭하면서 'W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복장 전면 자율화'와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 등 외부에 드러난 조직문화 개편뿐 아니라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밝힌 대한항공 중심의 한진그룹 구조조정 등 내부 수술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또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선 '갑질'이라는 수식어를 회사에 자리 잡게 한 장본인이 W의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온다.


한편, 이날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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