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송화연 기자 =
"집에 격리된 요 며칠, 운동으로 몸짱이 됐지만 정신은 미쳐버렸다."
중국 하얼빈에 사는 한 여성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중국 전역에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감염병 확산세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지만 집에만 머물러야하는 14억 중국인들은 예상치 못한 '격리생활'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칩거' 동안 TV가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겠지만 요즘은 SNS 등 온라인 서비스가 대중화돼 중국인들이 '갇힌 일상'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국가적 위기상황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분위기다.
◇'갇힌 일상' 표현도 가지각색…브이로그에 웹툰까지
우한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중국인 누리꾼은 웨이보에 '봉쇄 후 식단일지'를 쓰고 있다. 매일 자신이 먹은 음식을 찍어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한다. 꾸준히 식단을 올리고 있는 그는 최근 '얼마나 심심했으면 내가 먹은 걸 웨이보에 올리고 있는걸까'라는 한탄의 글을 남겼다.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哔哩哔哩)엔 '우한 봉쇄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가 유행이다. 비리비리에 '우한 봉쇄'를 검색하면 브이로그 영상이 1000건 이상 나온다. 이들은 봉쇄된 우한 시내에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일상이나 길거리에 버려진 반려동물을 챙겨주는 활동을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일상을 웹툰으로 전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엔 '모두 답답해 미치겠지 않으세요?'라는 제목의 웹툰이 올라왔다. 웹툰은 자가 격리 중인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형태다. 이 작가는 "격리가 며칠째 계속되니까 산책을 갈구하는 개의 심정을 알겠다. 너무 답답해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을 그림으로 담았다.
◇감염 막기 위한 아이디어, SNS로 공유하며 서로 위로
집에 갇혀 소통할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SNS상에 의견을 공유하고 상호소통하며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공공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통한 2차감염을 막기 위한 '신박한' 아이디어도 나누고 있다.
하얼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여기 꽂힌 이쑤시개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공고문이 붙었다. 2·3차 감염을 막기 위해 이쑤시개로 버튼을 누르라는 것이다. 상해의 한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버튼 전용 휴지'가 등장했다. 이 아파트는 "휴지로 버튼을 누르라"며 엘리베이터 내 휴지를 비치했다.
반려동물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한 사례도 눈에 띈다. 웨이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노년의 남성이 반려견을 손수레에 싣고 거리를 활보한다. 반려견과 낯선 사람의 접촉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격리소에 대한 비판도 SNS에…"1000명이 화장실 하나 쓴다"
중국 내 격리소의 참담한 현실을 전하는 경우도 있다.
우한에 위치한 격리소 우전방(武展方)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병실, 화장실 등을 촬영해 웨이보에 올렸다. 그는 "더 큰 병원으로 옮겨준다더니 막상 오니 약 1000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쓰고, 청소도 전혀 안된다"며 비판했다.
이 게시물 하단에는 "환자 1000명이 청소도 안 되는 공중 화장실을 함께 쓰다니, 여기야 말로 새로운 감염병의 시작지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얼빈에 있는 한 아파트에 붙은 경고문도 웨이보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한 누리꾼이 찍어 올린 '외출금지령에 따른 생활규칙'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3일에 한 번 외출할 수 있으며 가정당 1명만이 생활용품을 사러 갈 수 있다. 특히 '개인 소유의 차량은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나갈 경우 돌아올 수 없다'는 규칙도 적혀있다.
SNS를 통해 중국 누리꾼들의 어려움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한시가 위치한 후베이성 공식 계정은 여전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만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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