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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과속?… 작년 3719명에 그쳤다 [일자리 '치트키'된 공공기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09 17:52

수정 2020.02.09 17:52

공공부문 84% 정규직 전환 완료
마무리 국면에 1년새 1만명 감소
대부분 자회사 고용·무기계약직
정부 "연말까지 100% 전환 완료"
고용의 질 외면하고 수치에 급급
정규직 전환 과속?… 작년 3719명에 그쳤다 [일자리 '치트키'된 공공기관]
지난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전환 규모가 1년 새 1만여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이듬해인 2018년 정규직 전환이 집중됐고, 지난해에는 속도조절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환결정이 난 비정규직 인원을 대상으로 올 연말까지 100%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직원 수도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는 등 어느 정도 정책 성과도 나타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본사와 대우가 다른 자회사로 보내거나 무기계약직을 양산하는 등 껍데기만 정규직이라는 비판도 있다.


■연말까지 100% 채운다는 정부

9일 파이낸셜뉴스가 361개 공공기관의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총 3719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만3982명 대비 73%(1만263명) 감소한 수준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정과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2017년 7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고, 2018년 전환 규모가 가장 많았다"며 "나머지는 민간업체로부터 파견 및 용역 인원들의 계약기간이 끝나야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환결정은 이미 완료됐고, 완료 비율은 84.6%"라면서 "올해 말께는 100%를 다 채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한 63곳 가운데 전환비율 100%를 채운 공공기관은 모두 41곳이다. 90% 이상은 8곳, 80% 이상 2곳, 70% 이상 3곳 등이다.

한국마사회는 2018년에 무려 1921명을 전환했지만 지난해에는 전환실적이 없다. 부산대병원도 671명에서 1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테크는 같은 기간 541명에 이어 542명을 추가 전환했다. 이 회사 전체 임직원(5008명)의 22%가 최근 2년 만에 늘어났다.

분당서울대병원(386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379명), 강원랜드(319명) 등도 300명 이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렸다. 이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비정규직 23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173명), 대한적십자사(159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154명), 강원대병원(105명) 등도 100명 이상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식구로 받았다.

■"편법이라고요? 살려고 그럽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다수가 자회사로 가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고용의 질은 외면하고, 정규직 전환 수치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의 갈등 역시 풀지 못한 숙제다.

이에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본사가 적자를 거듭하면서 경영상황이 갈수록 힘든데 정부는 일자리 할당량을 채우라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이끌어 나가려면 (비정규직을) 자회사로 보내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제로화가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비정규직 직원 수도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직원 수 합계(단시간+전일제+기타)는 2만4120명으로 전년 대비 2.5%(609명) 감소했다. 연도별로는 정권교체 전인 2016년 3만7034명에서 문재인정부가 시작된 2017년 3만3629명, 2018년 2만4729명, 2019년 2만4120명 등이다. 이번 정부 들어 35%(1만2914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거나 규모가 줄었다.

현재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1685명이 근무 중인 KAIST다. KAIST는 정권과 상관없이 매년 1600~1700명의 비정규직 규모를 유지해왔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이 1008명으로 뒤를 이었고 한전KPS(964명), 코레일테크(939명), 한국도로공사(645명), 울산과학기술원(571명), 국립공원공단(479명), 한전KDN(475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순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권승현 기자

*치트키란 '속이다'라는 뜻의 '치트(cheat)', 열쇠·비결을 의미하는 '키(Key)'를 합성한 게임용어다. 게임상에서 난관을 쉽게 극복하거나 어려운 목표를 짧은 시간에 달성하기 위해 주로 이용된다.
일종의 만능열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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