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직장 내에서 두 차례 불륜을 저질러 파면된 청와대 경호원에 대해 파면은 과한 처분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대통령경호처장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8년 동안 대통령 경호원으로 근무한 A씨는 결혼 후에 직장 동료 2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발각됐다.
이에 대통령경호처 고등징계위원회는 A씨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해 파면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A씨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복했다. 자신의 불륜 행위가 대통령 경호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파면 조치는 과한 처분이라는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의 비위행위가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 대통령경호처의 업무수행에 영향을 줬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A씨는 직급 평균보다 높은 근무평정점수를 받을 정도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동료들이 A씨의 성실한 업무수행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경호원이라는 직무 특성상 사생활에서도 도덕성이 요구되기는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경호원은 엄정한 기강을 확립해 조직의 단결과 질서를 유지하고 활력을 북돋우며 대통령을 경호하는 막중한 사명을 지녔다"며 "공·사생활의 모범이 돼야 하는 등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성실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윤리적인 문제일 뿐 처벌의 대상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간통죄가 위헌으로 선언된 이상 이는 윤리 위반의 문제일 뿐 더 이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위의 정도가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A씨의 비위는 징계규정 제23조가 정한 금품 및 향응 수수, 성폭력 등 징계 감경 제외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심 재판부와 달리 A씨의 비위 행위가 심해 파면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 '파면·해임'에 해당하므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에 부합한다"며 A씨에게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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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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