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매화축제
겨우내 바래지 않은 초록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2월, 제주에선 봄의 기운이 생동한다. 아직 뻣뻣한 나뭇가지를 뚫고 비죽 솟은 꽃봉오리. 그 작지만 은근하고 강한 힘이야말로 예로부터 칭송받아온 매화의 인기 비결이다.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제 길을 걷는 매화는 제주도 남쪽 끝 서귀포에서부터 소식을 전해온다. 누구나 찾는 도심공원과 생태공원 산책로를 따라 스스로 핀 매화는 소박해서 친근하다. 곳에 따라 개화 시기는 제각각 다를지 몰라도 매화가 전하는 매력만큼은 장소불문 차고 넘친다. 서귀포 휴애리자연생활공원 등에서 열리는 매화축제는 내달 8일까지 계속된다.
제주에만 있는 탐라국 입춘굿 축제
제주의 봄을 여는 축제 중 하나는 탐라국 입춘굿 축제다.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끌며 한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던 의미와 역사가 담긴 이 행사는 제주도가 꼽은 올해의 최우수 축제다. 본행사는 이미 지난 2~4일 제주목 관아가 있는 제주시 일대에서 열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영등굿
바람의 섬 제주에는 바람의 신에 대한 특별한 믿음이 오래전부터 전해온다. 음력 2월 초하루 서쪽해안으로 들어와 보름께 동쪽으로 나가기까지, 제주 구석구석 땅과 바다에 씨앗을 뿌리는 영등할망에게 풍요와 무사안녕을 빈다. 그 대표격인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올해 영등 드는 날 환영제는 오는 24일 제주시 수협어판장에서, 송별제는 3월 8일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에서 열린다.
색달동과 상예·하예동을 관할하는 행정동 예래동은 감귤농사와 어업이 이뤄지는 농어촌 마을이자 중문관광단지가 자리한 제주관광의 중심지다. 마을을 지켜준다는 사자 '군산'과 구시물, 애기업개돌이 마을을 굽어 살피고 해안을 따라 절경이 펼쳐지는 마을 포구에는 마을사람의 평온을 빌며 세운 명물, 진황등대도 있다. 환해장성과 당포연대 등 오랜 역사만큼 문화유적도 다양하며 대왕수천의 풍부한 물과 깨끗한 환경으로 가장 먼저 반딧불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에코파티와 생태체험축제를 통해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로 인정받는 지금, 찬란한 봄날의 한가운데 펼쳐질 등문화축제에서 소원 풀어낼 기대감도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다. 마을해설사가 이끄는 투어와 자연체험장을 갖춘 생태체험관까지 예래동을 말할 때 떠오르는 것이 한둘이 아닌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별보러 갈래요?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아직은 차가운 밤하늘, 남쪽바다로 향하다 수평선 근처에서 희미한 별을 찾았다면 다름 아닌 노인성(老人星)이다. 오래도록 불려온 그 이름에는 사람이 나이가 들며 완전하고도 이상적인 인간이 되어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남반구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하기에 길흉화복과 무병장수를 관장하고 천하태평과 복을 빌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겨울철 별자리에 속하며 11월에는 새벽녘에 보이다가 2월에서 3월 초 저녁시간에 관측 가능하다. 이 별을 보려면 남해안 높은 산이나 제주를 찾아야 하는데 제주에서도 서귀포 지역이 노인성 관측의 최적지이며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이 노인성을 관측하는 국내 유일 천문대다. 이 별을 함께 보고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 제주 서귀포에 열려있다. 월요일 휴관, 기상에 따라 관측이 어렵거나, 조기 폐관할 수 있으니 방문 전 사전 확인은 필수다.
올레 2코스의 일부인 대수산봉은 과거 물이 나던 산이라 해서 물뫼로 불리다가 크다를 더한 큰물뫼, 즉 대수산봉(大水山峰)이 됐다.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던 이곳에서는 우도,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말미오름이 보이고, 근처 고성리·오조리·성산리의 마을 풍경도 조망 가능해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일출 명소다. 삼나무와 소나무로 이뤄진 숲 안에서는 겨울에도 푸릇함을 느낄 수 있고 탐방로 관리도 잘 되어 있는데다 곳곳에 쉼터와 운동기구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휴식까지 넉넉잡아 한 시간, 좀 서둔다면 30~40분 안에 일정을 마칠 수 있다.
화려한 조명과 장식, 혹은 무채색의 심플함 사이 당신의 취향은 어디쯤인가. 그 어느 쪽도 아니라면 나무빛 실내에 푸릇푸릇한 식물이 숨쉬는 카페는 어떨까.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생기를 잃지 않은 공간들이 하나 둘, 우리 마음으로 가지를 뻗어오는 중이다. 인류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식물 앞에서 한결 평온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 알 수 있다. 이름난 식물카페로는 인더그린, 그계절, 송당나무 등이 있다.
초록이 넘치는 한라수목원
한라수목원에선 평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마련된 숲해설로 휴식과 정보를 함께 얻고 대나무숲 죽림원도 거닐 수 있다. 신이대, 왕대, 제주조릿대, 죽순대까지 대나무 산책로를 걷다보면 마음속 응어리진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도 있다.
차 한잔의 여유, 제주다원
거문오름을 등에 업은 제주다원에서는 정갈하게 다듬어진 차밭의 초록을 배경삼아 사진찍기에 좋고 상큼한 유기농 차를 맛볼 수도 있다.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제주에 오면 회 한번쯤 먹듯 '육식형 인간'을 자부하는 누구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생선구이 한상 먹어보는 것 어떨까. 그동안의 생선구이에 대한 기억은 생선 두어 마리, 몇 조각이 전부였다면 여기선 기대치를 조금 더 올려도 좋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에서 코스 요리로 즐기는 생선구이집부터, 반찬과 돔베고기를 기본으로 해 계절에 맞는 모듬 생선을 펼쳐놓고 조금씩 맛보는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도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삼춘네바당뜰과 서귀포 성산읍에 있는 성산달래식당 등이 그런 곳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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