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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암, 수술만으로도 완치… 관건은 흉터 최소화"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4 04:00

수정 2020.02.14 04:00

부인암 3대 명의
③'자궁내막암'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질 출혈 있거나 생리 드물게 하는 등
다른 암 비해 증상 뚜렷한 편
95% 이상 조기 진단, 완치율 높아
수술로 인한 우울감 생기지 않도록 지원
단일공·피부 절개 없는 질 수술
흉터 최대한 안 남길 수 있게 해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997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미국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에서 연수했다.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997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미국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에서 연수했다.
자궁내막은 자궁 안쪽에 있어 생리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생리혈이 되어 떨어져 나오는 조직을 말한다. 자궁내막암은 이 자궁내막에 암세포가 생긴 것이다.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13일 "자궁내막암은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평생 살면서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은 약 2%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986명이 자궁내막을 포함한 자궁체부에 암이 새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자궁체부암은 전체 여성암 중 발생율 10위, 암 발생이 상대적으로 드문 15 ~35세 젊은 여성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자궁내막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자궁내막암은 다른 암에 비해 증상이 뚜렷한 편이어서 초기 발견율이 높다. 비정상적인 질출혈, 질분비물 양 증가를 이유로 병원을 방문해 암을 발견하는 게 일반적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는 생리를 드물게 하는 희소월경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방문하면 95% 이상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병이 초기라면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향후 임신을 위해 자궁을 보존해야 하는 경우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치료를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자궁내막과증식증을 진단받으면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커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수술과 수술 이후 치료가 중요해 보인다.

▲자궁내막암 수술은 자궁절제술과 림프절절제술을 포함한 병기설정술이다. 대개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해 수술한다. 수술법은 첨단 최소침습수술과 감시림프절절제술을 이용한다. 배꼽을 통해 낸 작은 절개창으로 단일공 수술 또는 질을 통한 무흉터수술까지도 가능하다. 수술 후에도 흉터가 보이지 않는다. 특수카메라를 사용하여 의미 있는 감시림프절만을 제거함으로써, 수술 관련 합병증과 하지부종과 같은 림프절절제에 따르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감시림프절 절제술은 단순히 림프절을 적게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곳에 위치한 림프절을 놓치지 않고 절제해 미세 암 전이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재활의학과와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들의 수술 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부인과 질환 분야에서 국내 최초 단일공복강경 수술,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의 단일공로봇 수술을 성공했다.

▲수술은 필연적으로 흉터를 남기기 마련이다. 여성의 경우 흉터는 단순히 질환을 앓았던 흔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부분을 최소화시키고자 술기를 연구 개발하고 연습했다. 그동안 단일공을 이용한 자궁절제술을 900건 이상, 림프절절제술을 90건 이상 집도했다. 또한, 70여 차례의 해외 초청 강연, 15회의 해외 라이브 수술을 진행하여 단일공 수술의 보급에 앞장서 왔다.

―최근 새 수술법도 선보였다고 하는데.

▲2018년도에는 무흉터 수술법으로 불리는 '브이-노츠(vNOTES, transVaginal 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를 도입했다. 브이-노츠는 부인과 질환 복강경 수술 시 피부를 절개하는 대신 여성의 생식기를 통해 진행하는 수술법을 말한다. 복강경 수술과 같은 기존 방법에 비해 복부 절개창이 없기 때문에 환자 편익이 크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학계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수술법이다. 국내는 아직 보급 초창기다. 다만 개복, 복강경 수술과 달리 뱃속 다른 장기까지 시야에 두기 어렵고 유착박리가 힘든 탓에 수술 가능 환자는 아직 제한적이다. 자궁내막암의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수술 부작용은 없나.

▲자궁내막암으로 자궁절제술을 시행 받은 경우 수술부위 통증과 전신 피곤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4~6주 이내 사라진다. 수술 범위에 난소절제가 포함된 경우면 난소기능 상실로 인한 폐경 증상이 동반된다. 하지림프부종도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지만 감시림프절 절제 및 수술 후 세심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전이나 재발된 경우는.

▲자궁내막암은 대개 초기에 발견돼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이지만 원격 전이를 동반하면 생존율은 32.6%로 뚝 떨어진다. 전체 환자의 6.9%가 이 경우다. 초기 단계인 국한암인 경우 생존율이 95.7%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적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매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 또한 다국적 임상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치료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치료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궁내막암은 비만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여성에서 과체중인 경우 1.34배, 비만인 경우 2.54배 높아진다. 이미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특히 고도 비만인 경우에는 10배 이상까지도 재발률이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자궁내막암 환자들은 특히 체중 증가를 피해야 한다. 생리불순이 잦은 여성의 경우는 여성호르몬불균형으로 자궁내막암 발병이 높아진다. 호르몬 보충을 통해 자궁내막암을 예방해야 한다. 일부 자궁내막암은 유전적인 원인인 린치증후군도 영향을 받는다. 린치증후군이 있으면 자궁내막암, 대장직장암을 비롯해 유방암, 난소암, 위암, 소장암, 췌장암, 비뇨기암 등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력이 의심되는 경우는 반드시 유전적 검사를 시행하여 유전적 상담 및 다른 부위의 암을 예방해야 한다.


―자궁내막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궁내막암을 비롯해 부인암의 경우 단순히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서 여성으로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치료 관련 술기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더 나은 치료방법을 만들어 환자 곁을 지키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도록 힘쓰겠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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