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홍콩·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해양도시로 조성한다는 정부의 부산항 북항통합개발 입체종합계획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2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추진상황 보고회'에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부산 중구·동구 구청장, 북항통합개발 추진협의회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항 북항통합개발계획(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발표한 통합개발 기본구상을 한 단계 발전시킨 종합 계획으로 북항 일원의 미래상을 구체화하고 원도심과의 조화로운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계획은 민간 주도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기본구상이 확정된 후 마스터플랜 국제아이디어 공모(2019년 5월),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에 착수(2019년 7월)해 모두 16차례에 걸친 부산 북항 통합개발 추진협의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원희연 북항 통합개발 추진협의회 위원장은 16일 "통합개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책 소비자인 시민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고, 실행과정에서도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람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글로벌 신해양산업 중심지 육성'이라는 비전 아래 △게이트웨이·친수문화지구(1단계) △국제교류·도심복합지구(2단계, 자성대+주변지역) △정주공간·청년문화허브지구(2단계, 부산역 조차장+진역CY) △해양레저산업 혁신지구(우암부두) △근대문화·수변상업지구(영도 봉래) △항만물류지구(신선대·감만부두) △해양산업 혁신지구(영도 청학) 등 부산항 북항 7대 특화지구 세부 발전계획과 북항 일원 종합교통망 구축 방안을 담았다.
국제교류·도심복합지구의 경우 중심활동지구(Central Activity Zone)와 이를 둘러싼 3개 집객시설(magnet·사일로콤플렉스, 부산진테라스, 마이스)로 구성해 국제비즈니스·도시관광 등이 연계된 복합도심기능을 강화했다.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의 핵심이 될 이 지구는 부산의 5개 간선도로가 만나는 환상(고리)형 교통요충지에다 원도심은 물론 해상에서도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부산시가 유치에 나선 2030월드엑스포 부지(허치슨 부두 일대 육지 224만㎡, 수역 42만㎡)가 이곳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오는 2022년 상반기 북항 1단계 완공에 이어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을 2030년 완료될 계획이어서 엑스포 심사평가에도 혁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30월드엑스포가 이곳에서 개최될 경우 지구촌 시선이 쏠려 부산항 북항 일대가 세계적인 해양관광 명소로 도약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30월드엑스포 기간(5월 1일~10월 31일) 지구촌에서 5000만 이상의 관광 인파가 부산을 찾고, 개최 이후에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2030월드엑스포 교통난 우려를 불식시키고 낙후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더없는 기회로 삼기 위해 환상형 교통망 구축과 원도심 연계·교통체계 개선, 녹색교통에 초점이 맞춰져 공감대를 샀다.
환상형 교통망은 북항 일대 기존 간선도로를 순환고리로 활용해 서울, 서부산·김해, 해운대·울산 방향 등 5개 광역도로 방향으로 연결시켜 교통량을 분산시키도록 짜여졌다. 자성대에서 번영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치면 서울, 수정산터널·백양터널·남해고속도로를 통하면 서부산과 김해, 부산항대교·남항대교·천마산터널·장림·을숙도대교는 부산항 신항, 감만·신선대부두에서 부산항대교·광안대교·동해고속도로를 지나면 울산·포항으로 향한다. 부산본부세관에서 승학터널(건설 예정), 엄궁대교를 거쳐 창원 방향으로 가는 도로는 2030년 이전 건설될 계획이다.
원도심·간선도로 혼잡을 예방하기 위해 부산진역~5물양장 간 공중 보행로도 신설하기로 했다. 부산역 조차장 이전 후 평면도로가 북항 충장로로 연결돼 영주고가교는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교통 확산을 위해 2030년까지 2단계에 거쳐 진행될 무가선 트램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에서 북항 1·2단계 재개발 지역을 거쳐 2호선 문현역까지 바로 연결돼 북항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1단계로 부산도시철도 중앙역 지하에서 시작해 국제여객터미널까지 5개 정류장을 만들어 6분만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1회 운행에 5량을 편성, 280명을 수송할 수 있다.
부산진 테라스 인근 5물양장(북항 마리나항만)에서는 수상택시를 타고 북항 곳곳을 둘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쾌속선을 타면 해운대까지 20분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 '관광중심 해운대'와 '비즈니스 중심 북항'이 상생하는 효과까지 기대된다.
북항통합개발계획은 외국 성공사례를 참고하고 부산항 북항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반영해 국가 주도로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국내 첫 사례로 무계획적인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짜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항재개발추진위원회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보고회에서는 북항재개발의 '공공성'에 주목했다.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이 원도심(초량ㆍ수정ㆍ좌천동 등)의 도시재생 사업과 상생 발전하기 위해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항재개발사업의 경우 지방 이양에도 빠져 있을 뿐 아니라 항만 매립과 철도 이전 등과 얽혀 있어 현실적으로 해양수산부의 인허가 권한을 모두 부산시가 가져갈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항재개발은 부산시가 추진 중인 대개조 사업의 한 축을 맞고 있다. 이런 만큼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미래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도록 부산시가 시업시행자로 적극 참여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부산시 도시계획이 북항재개발에 있어서도 적극 반영돼야 한다"면서 "북항재개발에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도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에 사업자로 참여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여러 해외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수립된 북항통합개발계획이 이대로만 잘 추진한다면 부산이 홍콩, 싱가포르, 로테르담과 같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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