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제한 퇴직공무원 재심사 요청
4년간 66명중 54명 버젓이 재취업
공정 앞세운 文정부 '허점' 드러나
4년간 66명중 54명 버젓이 재취업
공정 앞세운 文정부 '허점' 드러나
2017년 이전에만 해도 취업제한 판정 이후 취업가능 판정건수는 한자릿수에 그쳤지만 2018년 이후 20건 안팎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취업제한 판정이 아닌 취업불승인 조치를 받아도 재심사에서 다시 승인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결국 정부가 발표한 취업제한 판정 건수의 최대 40% 정도는 허수인 셈이다. 재취업하려는 특정 기업으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아도 공직자가 다시 심사를 요청하면 80% 정도는 같은 기업으로 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퇴직 공직자들이 제출한 취업제한 여부 확인요청서와 취업승인신청서 내용의 부실함이다. 해당 문서에는 이해관계 충돌 여지를 비롯해 업무관련성을 일부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음에도 이들의 재취업은 아무런 문제없이 승인됐다.
16일 파이낸셜뉴스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취업제한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취업제한 판정을 받고 재심사를 요청한 66명 중 54명이 한두달, 길게는 석달 뒤 재심사를 거쳐 취업승인 조치를 받았다. 2018년부터는 취업불승인 조치를 받은 공직자도 2명이 다시 승인을 받았다.
연도별로는 2016년 10명이 재심사를 거쳐 6명 정도만 취업승인을 받았으나, 2017년 11명 중 9명이 재심사로 취업승인됐다. 2018년에는 21명이 재심사를 받아 18명이 통과했고, 2019년에는 24명 중 21명이 재심사로 취업승인을 얻었다.
취업불승인 조치를 받은 공직자들도 2017년까지는 재고의 여지가 없었으나, 2018년 이후 방위사업청의 육군 대령이 국방기술품질원 원장으로, 검찰청 6급 인사가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취업승인을 받는 등 취업제한 장벽이 무의미해졌다.
정부는 퇴직 후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퇴직한 공직자에게 취업제한 조치를 내리지만 결국 허울뿐인 조치였다는 지적이다. 시행령에서 업무전문성 등을 근거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공직자의 재취업은 재심사에서 승인받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인사혁신처를 비롯해 각 부처는 관련 공직자들이 퇴직하면서 당장 취업제한된 사례만 공표할 뿐 재심사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통해 단독 입수한 2014~2019년 고용노동부 산하 공무원들의 취업제한 여부 확인요청서와 취업승인신청서만 봐도 취업제한제도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업무 유사성이나 업무 연관성을 그대로 인정했는데도 통과된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취업제한 제재를 받는 퇴직자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3000만~4000만원 규모의 소송비가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취업제한 판정을 받아도 공직자윤리법 17조 6항을 보면 공익과 사익 간 형평을 고려하게끔 돼있다"며 "시행령 34조 3항을 보면 9가지 예외 승인사유가 있다. 9가지 중 1개라도 증빙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같은 기업으로 재취업을 놓고 처음에는 취업제한을 했다가 다시 승인이 난다는 것은 정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라고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송주용 장민권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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