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노인 이웃 많은 주택가…어떻게 코로나19 걸린지 모르겠어요"

뉴스1

입력 2020.02.17 12:48

수정 2020.02.17 17:18

서울 종로구 숭인동 29번·30번 확진자가 살던 주택. 보건당국은 전날(16일) 방역을 마쳤다. © 뉴스1 정지형 수습기자
서울 종로구 숭인동 29번·30번 확진자가 살던 주택. 보건당국은 전날(16일) 방역을 마쳤다. © 뉴스1 정지형 수습기자


29번·30번 환자 거주지 인근 상록경로당. 17일부터 폐쇄된 상태다. © 뉴스1 이비슬 수습기자
29번·30번 환자 거주지 인근 상록경로당. 17일부터 폐쇄된 상태다. © 뉴스1 이비슬 수습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가 격리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2020.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가 격리된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2020.2.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정지형 기자,이비슬 기자 = "편의점 인근만 왔다갔다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된거죠?"

서울 도심 한복판,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종로구민' 노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 확진 판정이 난 가운데 이들이 살고 있던 서울 종로구 숭인1동은 긴장감이 가득해보였다. 이들이 다녀간 병원은 폐쇄됐고 주택가는 침묵만 가득했다.

17일 오전 29번째 환자(82)와 그의 부인 30번째 확진자가 살았던 숭인동 자택 근처에서 만난 주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긴장한 눈빛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숭인근린공원 앞으로 가깝게 붙어있는 주택촌은 오래된 마을로 주로 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붙어 살며 이웃처럼 친하게 지내는 노인들이 많은 동네였다.
실제 29번·30번째 환자 부부가 거주한 주택가는 집과 집 사이 골목폭이 1.5m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었다.

때문에 동네 이발소나 노인회관, 내과 등을 노인들이 지역 커뮤니티처럼 자주 드나든다고 동네 사람들은 전했다. 근방에서 이용원을 55년째 운영하고 있는 오한남 성도 이용원 사장(75)은 "여기 지역 어르신 손님들은 주민센터 등에 자주 모여서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기사보고 걱정이 돼서 (이용원) 문을 일찍 닫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 정모씨도 "편의점에 노인 분들이 담배를 사러 많이 오시는데 걱정된다"며 "이 근방도 다 방역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29번·30번 부부가 살던 주택가와 지역 병원, 약국 등을 방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동선이 파악이 되지 않는 탓에 거리에서는 소문만 횡횡한 모습이었다. 노부부가 왔다갔다는 이야기가 도는 인근 A음식점 사장은 "우리 식당도 들렀나 싶어서 (질본) 연락을 기다렸는데 없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30번 환자가 간 것으로 짐작되는 곳들도 주민들 사이에서 말만 나올 뿐 확인된 곳이 없어 주민들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특히 주민들은 노부부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몰라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폐쇄한 숭인1동 경로당과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가게 직원 김모씨(28)는 "주민센터 전체를 지난 주에 방역을 하기는 했는데 29·30번 환자가 생겼다는 것이 무섭다"며 "(가게를 방문하는 분들께) 손소독제도 2주 전부터 계속 뿌려드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29번 환자가 다녀간 지역병원은 이날 모두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영업을 멈췄다. 혹시 환자가 머물렀을 수도 있는 숭인1동 주민센터의 자치회관 프로그램도 이날 모두 휴강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11시쯤 주민센터 앞에 가보니 '코로나19로 2월 모든 자치회관 프로그램을 임시 휴강함을 안내드린다'는 공고가 붙어있었다.

인근 주민인 A씨(60대·여)는 "(노부부가) 편의점 인근만 왔다갔다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되신지 모르겠다"며 "아직 확실한 감염경로가 안나와서 겁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30번 환자가 성당을 다녔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29번·30번 환자 거주지와 길건너 1분 거리에는 창신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도 있었다. 이에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듯 보였다. 거리에서 마주친 이지은양(17·여)은 "초등학교 4학년 동생이 있는데 엄마가 돌봄교실에 못가게 했다"며 "아직 우리 고등학교는 개학을 연기한다는 말은 없지만 그래도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9번 환자가 이화동 노인종합복지센터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배달 봉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관계자는 "2월1일 전에 코로나19 때문에 이미 (노인들의) 봉사활동은 중지된 상태"라며 "(감염된 상태에서 도시락 배달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전날 오후 4시쯤 29번·30번 환자의 자택을 방역조치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웃처럼 지내는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은 지역이라 전염이 걱정"이라며 "지붕로쪽 일대 주택촌을 다 방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여행력이 없는 29번 환자와 30번 환자는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기존 확진자들과의 접점이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처음으로 확진자와의 접촉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전염이 이뤄진 사례일 수도 있어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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