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09~2019년 부처별 정년 변동 공무원 현황' 자료 단독입수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용안정화 방안으로 고용연장 이슈를 제안한 가운데 정작 공직사회에선 정년을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줄이는 현상이 만연해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정년을 놓고 편법으로 생년월일을 고쳐 정년을 연장 또는 축소하는 방식이다. 만 60세가 되는 정년 시기를 늦추면 늦춘 만큼 월급을 수령하게 되고, 시기를 앞당기면 퇴직금을 조기 수령하거나 공무원 연금 수령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특히 경찰과 대법원 등 특정 부처를 중심으로 출생신고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년 변경이 이뤄지고 있어 '그들만의 꼼수'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각 부처별로 이 같은 편법적인 정년 조정을 파악하고 있어도 엄밀히 따지면 불법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제도개선을 소홀히 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입수한 '2009~2019년 부처별 정년 변동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8개 부처 소속의 공무원 179명이 주민번호 정정 및 호적 정정으로 정년이 변경됐다.
생년월일 변동에 따른 정년 연장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정년변경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법원에선 인우보증인 2명만 있으면 생년월일 변동 서류 수정 판결을 쉽게 내리는 편이다.
179명 중 정년이 연장된 공무원은 135명, 정년을 줄인 공무원은 44명이다.
정년 변경이 가장 많은 부처는 경찰청으로 74명으로 집계돼 전체 인원의 41.3%를 차지했다. 이어 대법원이 20명으로 뒤를 이었고, 국세청이 17명, 법무부와 교육부가 각각 9명으로 뒤를 이었다.
호적정정과 같은 개인정보를 주로 다루는 부처에서 주민번호 변경을 통한 정년 변경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이들 부처만의 편법으로 정년 연장 또는 정년 단축이 이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가인권위,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 금융위, 기획재정부, 대통령비서실, 외교부 등의 경우 주민번호 변경에 따른 정년 변경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을 변경한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1~2년을 늘리거나 줄였고, 간혹 3~4년을 변경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교육부에서 재직하고 있는 공업서기 A씨는 2026년 6월30일이 정년이었으나, 호적 정정으로 2029년 12월31일로 정년을 3년6개월 늘렸다. 경찰청 B경감은 2016년 6월30일 정년을 2018년 12월31일로 2년 반을 연장한 뒤 퇴직해 정년 연장으로 1억5000만원 이상의 추가 급여를 받았다.
가장 많은 정년변경 공무원을 배출한 경찰청 측은 "법원 판결 결과로 조치를 하고 있어 (편법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특정부처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온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정년이 임박한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생년월일을 고쳐서 정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례들이 비일비재한데도 공무원들은 이런 편법을 알지만 불법이 아니라 건드릴 수가 없어 그냥 두고 있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송주용 장민권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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