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가 미투운동 2년여 지났지만.."인권침해 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8 15:13

수정 2020.02.18 15:13

설문 응답자 46.4% "인권침해 경험 한 번이라도 있었다" 
교육당국 사립학교법 개정 등 정책적 개입 강화
"제도적·정책적 설계 제대로 작동 못하고 악순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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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018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에도 대학가에는 여전히 학생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미투 운동으로 대학에 대한 교육부 등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강화됐지만 폭력 및 인권침해는 예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피해자나 조력자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무고 등 역고소와 역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개입에도 성폭력 잇달아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신여대는 지난해 12월 학부생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성적언행과 신체접촉을 한 혐의로 A교수를 해임했다.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된 지 약 2년여 만이다.


학교 측의 이 같은 결정은 교육부가 해당 교수를 해임 처분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A교수는 지난 2018년 일대일 개인교습 중 학생의 얼굴과 등을 쓰다듬거나 손깍지를 끼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며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거나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학은 당시 A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경고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재임용해 학생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연세대도 지난해 9월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이란 발언을 한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윤리인권위원회 조사를 마치고 최근 교원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교원인사위원회가 류 교수에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결론 내릴 경우 징계 여부는 최종적으로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심의된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넘도록 학교 측의 대응이 지지부진하자 이에 대해 학생들은 "류 교수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국의 일그러진 성관념에 의한 폭력적인 문화에 일조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대학 교수의 성추행 사건은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 소재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10월 30일 술취한 여제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 강제 추행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같은 날 경기도 부천에서도 회식자리에서 대학 교수가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됐다.

■"불균형한 권력관계가 주 원인"
한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전체 응답자 1902명 가운데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절반에 가까운 46.4%을 차지했다.

이 같은 대학 내 인권침해 발생의 주요 원인은 '불균형한 권력관계'가 꼽혔다. 대학 내 자리잡은 위계 구조 문화가 인권침해의 기제로 작동한 것이다.

지난 2018년 미투 운동을 전후로 교수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공론화는 급증했다. 이는 대학 내 담당 기구와 절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인식도 함께 확대시켰다.

최근 공론화된 사건들 가운데 실질적 구제효과가 없는 경미한 처분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형사고소 등 외부 절차가 활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나 조력자에 대한 명예훼손, 무고와 같은 역고소, 역신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대학 공동체 내에서 폭력 및 인권 침해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과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던 제도 및 정책적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실제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를 다루는 데에 적절한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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