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90대 노모와 노모를 함께 돌봐온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8일 존속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71)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소재 집에서 동거 중인 여성 A씨(70)와 자신의 어머니(95)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임씨는 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A씨에 대해서는 의뢰 혹은 승낙을 받아 타인을 살해하는 것을 뜻하는 ‘촉탁살인’을 주장했다.
촉탁살인이 인정되면 일반적인 살인범죄보다 낮은 형량을 적용받게 된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촉탁살인의 형량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임씨는 A씨 살해 이유에 대해서는 "A씨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낫지도 않는데 가기 싫다. 아프니까 죽여달라'고 해서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구속이 되면 모친을 돌볼 사람이 없어 모친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임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정한 의사에 따라 진지하고 명시적 방법으로 살해를 요청해야 한다"며 "단순한 일시적 기분에 따른 요청이라면 촉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 당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임씨가 사건 이후에 보인 태도나 여러 가지 진술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진지한 의사로 살인을 부탁했다고 볼 수 없다"며 "촉탁에 의한 살인이 아닌 단순살인"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자신의 모친과 모친을 상당 기간 돌본 동거인의 목숨을 빼앗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라며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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