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동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해서야..계속되는 울산 돌고래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2 09:02

수정 2020.02.22 09:01

두 살 박이 새끼 돌고래 일반에 공개
환경단체  돌고래 쇼 투입 규탄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일반에 공개된 새끼 돌고래 '고장수'와 어미 돌고래 '장꽃분'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일반에 공개된 새끼 돌고래 '고장수'와 어미 돌고래 '장꽃분'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먹이 받아먹기와 농구공 갖고 놀기,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점프하기 등 돌고래가 야생에서는 하지 않는 인위적인 동작을 시키는 것은 돌고래를 오락거리와 볼거리로 소비하는 것이다.”
최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두 살 박이 새끼 돌고래의 일반 공개와 관련해 환경단체가 돌고래쇼 투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 훌라후프는 돌고래의 장남감 아냐

22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고장수’로 이름이 붙여진 이 새끼 돌고래는 지난 2017년 6월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테체험관에서 자체번식으로 태어났다. 고래목 돌고래과의 큰돌고래로, 110㎝ 크기로 태어나 생후 2년 8개월 만에 몸길이 269㎝에 218㎏로 성장했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시 남구시설공단은 지난 18일 일반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그동안 고래생태체험관 폐쇄와 돌고래 자연방류를 주장해 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살 반이 된 ‘고장수’가 돌고래 쇼에 동원되기 시작했다”며 지난 20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돌고래들은 야생에서 미역, 감태, 해면 등을 이용해 놀이를 즐기고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 다니는 데 생태체험관에서 농구공이나 훌라후프, 플라스틱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며, 이건 모두 인간의 놀이 도구이지, 돌고래들을 위한 도구는 아니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남구시설공단측이 생태설명회라고 하지만 이는 생태설명회를 빙자한 돌고래 쇼와 같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생태설명회가 되려면 사육사가 아니라 해설사가 돌고래들과는 멀리 떨어져서 생태적 설명을 해야 할 것이고, 돌고래들에게 인위적인 동작을 시키거나, 농구공을 던져주거나,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생태설명회라면 돌고래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굳이 관람객들에게 노출시킬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래생태체험관 측은 고장수가 안정적으로 체험관 수족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건강 상태를 집중적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체험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더욱 잘 키워서 생태체험관을 찾는 분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비좁은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돌고래 '장꽃분'의 몸에 상처가 많고 피부의 백화현상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비좁은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돌고래 '장꽃분'의 몸에 상처가 많고 피부의 백화현상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핫핑크돌핀스

■ 어미 돌고래 몸은 상처투성이
핫핑크돌핀스 측은 어미 돌고래의 몸에 난 상처와 이상한 몸짓도 문제로 지적했다.

새끼 돌고래 고장수가 돌고래 쇼에 투입된 날 체험관에서 돌고래들의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어미 돌고래 ‘장꽃분’의 몸에 상처가 가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부 백화현상을 앓고 있었다고 홧핑크돌핀스 측은 밝혔다.

또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사육공간 협소로 3마리와 2마리를 따로 격리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돌고래들은 분기공만 수표면으로 내어놓고 무기력하게 떠있거나, 가라앉거나 한없이 좁은 수조를 뱅뱅 도는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는 “제돌이를 비롯한 일곱 마리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야생 방류를 통해 우리 사회는 동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하지 말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며 “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돌고래들을 좁은 수조에 가두고 쇼를 시키는 것은 이제 중단할 때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2009년 개관 이후 수족관 자체 번식과 일본 다이지로부터 수입(8마리)을 통해 큰돌고래 12마리가 있었으나 현재는 7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하고 5마리만 남아있다.
이 때문에 ‘고래학대도시’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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