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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현장] “공직이후에는 ‘오드리헵번’ 같은 삶을 살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9 10:32

수정 2020.02.29 11:22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코로나 19로 매일 도민 앞에 브리핑
지쳐 보이지만 평정심 잃지 않아 '도민 응원' 
한달간 점점 초췌해지는 모습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도민 단합과 응원이 큰힘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우 기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도민 단합과 응원이 큰힘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공직생활이 끝나면 오드리헵번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일 도민 앞에 브리핑하는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자신이 직접 만든 종이로 출력한 명함을 건네며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전 세계적인 기부문화를 불러 일으킨 오드리 헵번이 롤 모델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과장은 국내 확진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달 20일부터 한달 째 매일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강 과장은 전북 김제출신으로 전주고를 거쳐 전북대 의대를 졸업했다.


부모님은 김제시에서 ‘매일두부’라는 공장을 운영했다.

강 과장은 87년도에 고교를 졸업했는데 96년도 전북대 의대를 입학했다. 동기보다 9년 늦은 셈이다.

강 과장은 “방황하는 시간이 많았다. 한마디로 철없이 지냈다”며 “원래 꿈은 비행기 설계사 였다”고 했다. 가족과 주변 권유로 의대에 입학해 남몰래 흘린 눈물도 많았다.

강 과장은 “의대는 외울 것이 많아 힘들었다 또래보다 어린 친구들하고 같이 다녀 악착같이 한 듯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 과장 아버지는 92년도에 돌아가셨다. 큰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없으니 겁이 덜컥 났다.

큰 아들이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도망가야 겠다는 생각에 택한 곳이 군대였다.

92년 7월 군에 입대하고 94년 10월 병장 만기 제대했다. 군 제대 후 공부에 매달려 의대에 입학했다. 96년도에 입학했으니 2년 남짓 공부한 셈이다. 결혼은 30살이 된 97년도에 했다.

전북대 의대 내과 레지던트 1년차에 김제시 보건소에서 행정을 처음 시작했다.

강 과장은 김제시 보건소에 있을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했고 2016년 8월 전북도로 전입했다. 그리고 2017년 4월 보건의료과장이 되었다. 유택수 당시 과장이 전북보건환경연구원장으로 가면서 공석이 된 과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강 과장은 집에 갈 시간도 아껴야 한다며 사무실 한켠에 간이 침대를 들여놨다. 3시간도 못잔다는 얘기가 있는데, 평소에 몇시간을 자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3시간보다는 많이 잔다”며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목소리로 소탈하게 대답 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강 과장은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긴급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 현황 집계와 매일 오전 언론 브리핑 준비, 각종 회의에 참석하며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고 한다. 식사도 간단히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은 좀 빠졌냐는 질문에 “그대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는 질문에 “식사는 제때 하지 못하는데 도민들이 힘내라고 주는 간식을 먹어서 그런지 몸무게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집에는 언제가느냐에 대한 답으로 “근무하는 곳이 11층인데 전망이 집보다 좋다”는 우문현답이다.


강 과장은 “3-4일에 한번 옷갈아 입으러 간다”며 “8년만에 실험관으로 얻은 아이가 중3병이라 떨어져 있는게 좋다”며 웃는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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